글=이도은 기자
김석원
신사동 가로수길 작은 가게서 출발
여성복 ‘앤디앤뎁’의 디자이너 김석원(40). 올해로 6년째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섰다. 그간 뉴욕 컬렉션을 네 차례 열었고, 유럽·중동에까지 옷을 판다. 뉴욕엔 쇼룸이 생겼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조그마한 매장을 낸 지 꼭 11년 만이다.
‘앤디앤뎁’은 아내 윤원정씨와 함께 만들었다. 둘은 미국 뉴욕 프랫(Pratt) 인스티튜트 패션디자인학과를 함께 다닌 동갑내기다. ‘결혼하자’는 말 대신 “우리 이름을 걸고 세계가 인정하는 브랜드를 만들자”고 했던 프러포즈는 꽤 유명한 일화다. 그들은 군더더기 없이 몸의 라인만 강조한 옷을 만들었다. 허리선을 가슴 아래서 잡아주고, 어깨를 둥글렸다. 당시엔 과장되고 실험적인 디자인이 대세였다. ‘로맨틱 미니멀리즘’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은 서울컬렉션에 나가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여성복이 순항하자 지난해부터 남성복 라인도 만들었다. “명품 업체들도 세컨드 브랜드로 규모를 키워가죠. 언젠간 화장품·향수까지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1 이번 쇼에선 거친 느낌의 마린룩을 등장시켰다. 지난해와 달리 스타일은 캐주얼해졌다. 변형된 재킷이 많은 것이 특징.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 업체에서 쇼가 끝나자마자 옷을 모두 사갔다. 클래식을 재해석’한 디자인이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재킷과 베스트를 하나로 붙여 만든 상의, 체크를 쓰면서도 색깔을 화려하게 바꾼 옷들이었다. 디테일보다는 소재·패턴을 바꾸는 실험이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주인공들도 그의 옷을 입었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페어에 참가했다. 미국 외에도 일본·캐나다·러시아 등 전 세계 13개 매장 바이어들이 그의 옷을 사갔다. 모두 1억5000만원어치였다. 놀라운 성과였지만 그는 ‘실망했다’고 말했다. “세계에 나라가 몇 개인데 겨우 13개 나라에만 팔린 거잖아요.” 이제는 온라인 패션쇼를 열어 세계를 공략할 생각이다. 컬렉션에 나가는 것보다 브랜드를 알리기에 더 좋다는 전략에서다.
2 이번 쇼에선 아메리칸 클래식을 선보였다. ‘30년 뒤에도 옷을 만드는 나’에서 영감을 얻었다. 울·헤링본 소재를 써 다소 거친 느낌을 냈다.
최범석
동대문 시장서 뉴욕으로 진출
그는 2003년 첫 쇼에서 캐주얼한 남성복을 선보였다. 이후 동대문에 연예인·스타일리스트들이 몰려들었다. 그제야 서울 압구정동에 매장을 냈다. 브랜드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다른 욕심이 났다. 뉴욕으로 진출했다. 2009년 첫 컬렉션에선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외국 바이어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은 물론 일본·러시아에서도 사갔다. 300여 개 쇼가 열리는 뉴욕컬렉션에선 썰렁한 곳도 허다하다.
그는 올해 서울컬렉션에 3년 만에 다시 섰다. ‘스타 디자이너’로서 주최 측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스스로 국내 시장을 놓칠 수 없어서다. 그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말한다. “진부한 얘긴데요. 열심히 하면 기회는 꼭 생기더라고요.”
3 이번 쇼에선 햇빛에 비친 ‘프리즘’에서 영감을 얻었다. 빨강·검정·회색 등 다섯 가지로 전체 컬렉션 컬러를 제한했다. 대신 겹쳐 입기가 많이 필요한 옷으로 지루함을 피했다.
전시용 고가 목걸이도 계약 쏟아져
지난해 봄 프랑스 LVMH그룹의 ‘프랭크 에 필스(FRANK ET FILS)’ 백화점 바이어가 서울패션위크를 찾았다. 상품을 진열해 놓은 페어 부스를 둘러보던 그는 옷을 사가려던 당초 계획을 바꿨다. 한윤주(44)의 액세서리를 본 뒤였다. 그는 당장 계약을 하고 아예 백화점에 입점시켰다.
4 이번 쇼에선 체인을 이용해 실로 짠 듯한 액세서리가 눈에 띄었다. 수작의 대표 디자인인 ‘입는 듯한 액세서리’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