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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펴고 배에 힘 주고 …

중앙일보

입력


“목이 아닌 복부에 힘을 주세요. 소리는 머리로 울려서 내시고요. 내 몸이 힘들어야 좋은 소리가 나옵니다.” 지휘자 김신일(56남양주시 호평동)씨의 설명에 분당아버지합창단 단원들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만족스런 소리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하는 표정들이 진지하다.

음악으로 뭉친 아버지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이면 분당구 정자동 지하 연습실에 아버지들이 모인다. 연령은 30대부터 60대까지, 직업은 사업가·회사원·변호사·세무사 등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한가지다. ‘음악과 노래를 좋아하는 아버지’라는 점이다.

분당아버지합창단은 2002년 7월 창단했다. 시작은 ‘남자들이 피로를 풀 만한 공간은 왜 없을까’라는 김씨의 고민에서였다. 그는 남성합창단을 떠올리고 단원 모집에 나섰다.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렇게해서 첫 날 7명이 모였다. 합창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었다. 그러나 첫 모임 후 두 달만에 단원 수는 두 배가 됐다. 그 해 12월에는 30여 명이 모여 창단 연주회를 열었다.

현재 단원은 약 50명이다. 매주 30명가량 모여 연습한다. 분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용인·수지·죽전·서울에서도 찾아온다.

최고령자인 유동욱(67·용인시 죽전동)씨는 매주 죽전에서 분당으로 달려온다. 합창이 재미있어서다. 가곡·동요·팝송·트로트·찬송가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좋단다. 그는 “내 목소리가 다듬어지고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는 과정이 즐겁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김회준(57·분당구 판교동)씨도 합창단의 매력으로 ‘즐거움’을 꼽았다. 그는 “처음 왔을 때 파트 구분도 못하는 데다 지독한 음치였다”며 “‘내가 여기 왜 있나’ 싶다가도 재미있어서 다음 모임에 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빼어난 노래 실력이 없어도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며 “지휘자가 설명해주는 발성법을 따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노래가 나아졌다”고 미소 지었다.

초보 단원이나 과외 수업을 원하는 단원들을 위해 오후 7시부터 30분동안 지휘자 김씨가 개인 레슨을 진행하기도 한다.

나 자신을 찾는 시간

총무인 이병철(44·분당구 판교동)씨는 2006년 합창단에 들어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합창단원으로 활동한 이후 거의 20년만이다. 그는 “사회에 나오면서 잊고 지냈던 ‘노래하는 기쁨’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올해 3년째인 강현석(37·분당구 야탑동)씨도 학창시절 합창단으로 활동했었다. 그는 “매주 2~3시간씩 연습을 하다보면 일주일 동안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며 “하모니를 넣다 보면 우울했던 기분도 풀린다”고 설명했다. 강씨에게 합창은 자신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창단멤버인 장진(50·분당구 이매동)씨도 “노래를 하며 새로운 나를 찾게 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합창단은 매년 성남아트센터에서 정기공연을 연다. 특전사 훈련단 위문공연 등 자선공연과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도 나선다. 지휘자 김씨는 “자선공연 때 단원들이 더 잘 모인다”고 귀띔했다. 올해 첫 무대는 4월 2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유지호 독창회다. 이날 합창단은 게스트로 출연한다. 정기공연은 11월5일이다. 합창단은 음악을 좋아하고 열정적인 기혼남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 문의 및 신청은 인터넷(www.bundangfathers.org)으로 하면 된다.

[사진설명]분당아버지합창단 단원들이 연습에 한창이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다 보면 스트레스도 날아간다”고 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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