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뉴스] '글리벡' 모든 암에 특효약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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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항암제 글리벡이 암환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글리벡은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 지난 5월 초 미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얻은 뒤 우리나라에서도 정식으로 시판허가가 내려지기 전에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최근 생명이 경각에 달린 백혈병 환자 두 명이 글리벡 투여로 증세가 호전돼 퇴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암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본지 26일자 29면). 화제의 항암제 글리벡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 글리벡 왜 각광받나=골수 등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것이 글리벡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암세포에서만 비정상적으로 활성이 증가된 타이로신 인산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암세포의 분열을 저지한다.

이 때문에 인체지놈사업의 완성을 응용한 최초의 맞춤형 신약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항암제로 효과가 없거나 골수이식이 불가능한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98%에서 혈액검사상 암세포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존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탈모증이나 구토, 극심한 피로감 등 부작용도 거의 없다.

주사제가 아니라 하루 한차례 먹는 캡슐이란 점도 장점. 1999년 이래 30개국 5천여명의 환자에게 임상시험이 실시됐다.

◇ 어떤 암에 효과적인가=FDA에선 현재 만성골수성 백혈병에만 시판허가를 내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백혈병의 네가지 종류 중 하나. 만성골수성 백혈병을 제외한 나머지 종류의 백혈병엔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

최근 위장관 육종(위장관 근육에 생기는 암으로 일반적인 위암은 아님).소세포 폐암.전립선암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어 백혈병 등 혈액암 뿐 아니라 덩어리 형태의 고형암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이들 암에 대해선 해외에서 임상시험 중이나 아직 시판허가는 받지 못한 상태.

◇ 단점은 없나=약간의 메스꺼움과 눈 주위의 부종 등 부작용이 1~5%에서 있으나 기존 항암제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려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것도 단점. 또 장기간 사용시 더이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내성(耐性)도 있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내과 김동욱교수는 "99년 이후 2년동안 임상시험 대상자를 추적관찰한 결과 안정 상태의 만성골수성 백혈병의 내성률은 3% 안팎이지만 가속기와 급성기 등 암세포가 갑자기 증식하기 시작해 생명이 위태로운 불안정한 상태의 만성골수성 백혈병에선 30~70%에서 약제에 대한 내성이 나타난다" 고 밝혔다.

◇ 이용절차는=식품의약품안전청은 6월말 시판허가를 내릴 예정. 치료비는 월 2백~3백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은 20%로 줄어든다.

현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 무료투여가 이뤄지고 있다. 노바티스사가 1백50명의 한달치 분량을 무상공급했기 때문.

30일 현재 49명의 환자가 투여받고 있다. 대상환자는 만성골수성 환자로 인터페론 등 기존 항암제로 효과가 없고 안정기를 벗어나 가속기와 급성기 상태에 있는 위급한 환자라야 한다.

다른 부위의 암은 일절 제외된다. 신청자는 한국희귀의약품센터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kodc.or.kr)에 들어가 서류를 다운 받아 작성한 뒤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면 된다.

김동욱교수 등 글리벡 공급심의위원회 위원 5명이 서류심사를 거쳐 만장일치로 찬성을 하면 무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성숙하지 못한 혈액세포가 암세포처럼 무한정 만들어지는 질환이다. 환자는 백혈구 숫자는 많지만 세균퇴치 등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질환으로 사망한다.

백혈병의 네가지 유형 중 하나로 혈액암의 일종.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5백여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평균연령이 55세일 정도로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리는 것도 특징.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전체 성인 백혈병의 10~20%를 차지한다.

증상은 피로와 체중감소.식욕감퇴. 비장이 커져 손으로 배를 누르면 만져지기도 한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미성숙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질병의 진행과정에 따라 안정기인 만성기와 급속하게 상태가 나빠지는 가속기.급성기의 3단계로 나뉜다.

만성기인 경우 평균 4~6년 생존이 가능하지만 가속기인 경우 평균 1년, 급성기는 3~6개월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글리벡 무료공급은 생명이 경각에 달린 가속기와 급성기 환자에게 국한된다.

지금까지 만성골수성 백혈병에 대해선 골수이식이라 불리는 조혈모세포이식술과 인터페론 등 항암제로 치료해왔다.

그러나 조혈모세포이식술은 환자에게 맞는 골수를 기증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인터페론 등 항암제는 부작용이 심한 반면 치료효과가 작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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