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이회창 총재의 '보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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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7일 낮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들렀다.

▶공인중개사=신도시를 만들어 40~50평 아파트를 주로 공급하는데 서민들과 관계없다.

▶李총재=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한다. 나도 젊었을 때 전셋집이 없어 고생 많이 했다.

李총재의 움직임에 대해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가 내세우는 따뜻한 보수(保守), 굳건한 보수와 관련있다" 고 말했다. 지난주 李총재는 "우린 개방.개혁적이며 따뜻한 보수다. 사회적 약자의 소리를 듣기 위해 어디든 찾아갈 것" (23일 국가혁신위)이라고 다짐했다.

李총재의 이런 '보수론' 을 놓고 민주당은 비난한다. 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은 "시장경제라면서 친(親)재벌이며, 낙오자 배려를 말하면서 실업대책 추경안에 반대한다. 기만적 보수" 라고 주장했다.

당내 논란도 있다. 그 한복판에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의 평가를 요구하는 그의 딸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있다. 朴부총재는 "李총재는 아버지에 대해 어떤 역사적 인식을 갖고 있는가를 아직 말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내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고 강조한다.

여기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영남출신 중진의원은 "朴전대통령과 5.16은 40년 한국정치의 핵심 논쟁이며 산업화.민주화세력간 경쟁.갈등의 출발점" 이라며 "朴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정치인으로서 역사관을 드러내는 실마리" 라고 지적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5.16은 독재정치의 출발" 이란 평가를 유지했다. '역사의 균형감각' 을 강조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반(反)민주' 를 지적하면서 "경제발전의 하면 된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심었다" 고 말한다.

반면 李총재는 이번 5.16 40주년 때도 입을 다물었다. 386세대 출신 한나라당 의원은 " '박정희관(觀)' 없는 李총재의 역사인식은 무엇일까… 따뜻하고 굳건한 보수론이 공허해질 수 있다" 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네티즌은 "李총재의 역사적 평가가 궁금하다. 답이 없을땐 무소신으로 비난받지 않겠느냐" 는 글을 올렸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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