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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해군 초계함 침몰, 제대로 설명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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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26일 저녁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침몰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훈련병 생활을 끝내고 조국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킨다는 부푼 가슴으로 천안함에 갓 승선한 정태준·장철희 이병, 선실 바닥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강태민·김선호·조지훈·나현민 일병 등 46명의 젊은 병사들이 실종됐다. 1967년 1월 17일 동해상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다 북한군 해안 포대의 공격을 받고 침몰해 39명이 사망한 당포함 사건과, 74년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 충렬사를 참배하고 돌아오다 돌풍으로 침몰해 해군·해경 159명이 사망한 YTL정 사건 이후 최악의 해군 참사다. 3월의 차가운 바닷속에 잠겨 있을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오열이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사고 사흘째. 원인 규명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실종 병사들의 가족들은 속이 터진다. “왜 장교들은 구조되고, 일병·이병 등 병사들만 실종됐는가” “침몰 뒤 3시간이 지나도록 왜 구조를 하지 못했나.” 27일 오후에는 구조된 군인들의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폭발음이 들리고, 배가 두동강이 났다”고 했다. 26일 함장의 보고를 받은 뒤 열린 국방부의 첫 브리핑과 군인들의 증언 차이는 크다. 가장 궁금한 것은 북한의 도발 여부다. 청와대는 사고 직후 “우려하는 일(북한의 도발)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였는지 모르나 성급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현장에서 군 지휘부를 거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도 불분명하다.

2002년의 제2연평해전을 기억한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6월 29일 오전 10시 북한 경비정의 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을 저지하기 위해 출동한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가 북한군의 기습 공격을 받고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사망한 전투다. 남북 관계의 악화를 우려한 당시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우발적 무력충돌’로 격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명칭도 서해교전으로 폄하했다. 6년이 지나서야 추모식이 정부기념 행사로 제정됐고, 순국한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이 제대로 평가를 받았다. 그 사이 유족들의 상처는 컸다. 젊음을 바쳐 나라를 사랑하고 지키는 군인들의 명예는 어떤 정치 논리로도 왜곡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역사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소상하고 성실하게 상황을 알려주라고 지시했다. 옳은 말이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과 이후 과정을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고 낱낱이 설명해야 한다. 이번 사고가 북한의 도발이든, 선박 결함에 의한 사고이든 마찬가지다. 그것이 조국을 위해 사랑하는 아들을 군에 보낸 실종 해군의 가족,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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