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전북 익산 신석보건진료소 전경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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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로 20년째 전북 익산시 오산면 신석보건진료소를 맡고 있는 전경숙(田敬淑.41)소장.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는 田소장은 자신도 성치 않은 몸이다.

1993년 육모상피암이란 통보를 받은 그는 2년 동안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고 현재 한방치료를 받는 중이다.

주민 민영식(67)씨는 "암투병 중인 田소장이 보건소 일을 하면서 두딸(중1.초등4년)을 키우기도 힘들텐데 주변 노인들까지 돌보는 것을 보면 고맙기도 하지만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고 말했다.

田소장은 요즘 하루 60~70여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농번기라 대부분 환자들이 늦게 찾아와 심야에 진료실 불을 밝히기 일쑤다.

그는 토.일요일 등 쉬는 날엔 왕진가방을 들고 거동이 불편해 문밖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의 집을 찾아 간다. 방문할 때마다 김치.젓갈.생선류 등 정성이 가득 담긴 밑반찬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전달한다.

그는 한달에 한번 '특별 외출' 도 한다. 주변에 홀로 사는 노인 16명을 모시고 인근 온천을 찾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경로잔치를 열어왔다.

지난 4월 행사때는 군산시의 한의사를 초청, 아픈 노인들에게 침을 놓고 뜸을 뜨도록 했으며 노안(老眼)으로 고생하는 65세 이상의 노인 30여명에게는 안경을 맞춰주기도 했다.

그녀가 이처럼 불우이웃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7년 전부터다. 직장에서 퇴근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넋을 놓고 있을 때 동네분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준 것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 받은 도움을 조금씩 보답하고 있을 뿐입니다. "

그의 이런 선행은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대통령의 격려서한까지 받았다.

田소장은 "동네 주민들의 도움과 격려를 많이 받고 사는데 오히려 부끄럽다" 고 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힘 닿는 데까지 노인들을 돕겠다" 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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