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법무 취임문건 일파만파] '충성'파문에 '거짓말' 의혹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임 안동수(安東洙)법무부장관' 을 둘러싼 파문과 논란은 여러 가지다.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첫 평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 인선인데 '파격 인사' 의 배경을 놓고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 임명을 위한 '고육지책' 이며 '무리수' 라는 지적이 첫째 논란이다.

임명 당일(21일) 安장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온 취임사 관련 '충성 문건' (태산 같은 聖恩… 정권 재창출로 보답)으로 불거진 '자질론' 이 둘째 파문이다. 게다가 이 문건을 安장관이 밝힌 것과 달리 후배(이경택)변호사가 작성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22일 저녁부터 커지면서 도덕성 논란에도 직면하고 있다.

◇ 도덕성 논란과 용퇴론 대두= '후배 변호사의 대리 작성' 해명이 '거짓' 이라는 의혹이 집중 제기된 22일 저녁 여권 일각에서는 '安장관 자진사퇴론, 용퇴(勇退)론' 이 나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후배 변호사가 문건을 쓴 게 아니라면 安장관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허위 해명을 했다는 말인데… 믿기 힘들다" 면서도 "사실이라면 통치의 영(令)을 세우기 위해서도 새로운 조치가 따를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성논란에다 '거짓말 의혹' 까지 덧붙여지니 '사태 진화(鎭火)' 가 간단치 않을 듯하다" 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한 민주당 의원은 "1999년 김태정(金泰政)전 법무부장관의 옷 로비 사건 때 경험했듯 도덕성 논란은 정권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면서 "조기수습을 위해서도 安장관이 불명예스럽지만 전체를 위한 자기희생의 용퇴를 검토해야 할 시점까지 온 것 같다" 고 말했다.

◇ 누가 추천했나=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 '안동수 법무 카드' 가 워낙 예상을 깬 것이어서 누가 추천했는지를 놓고 관심이 많다" 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安장관은 본래 이기택(李基澤)전 의원이 꾸려갔던 '꼬마 민주당' 의 중추 인물이어서 金대통령은 잘 모를 것" 이라면서 "야당 시절 민주당이 어려운 곳(서울 서초을)에서 계속 출마한 집념을 기억하는 정도일 것" 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DJ인선 구상' 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 있을 것" 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安장관은 당에서 추천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김중권(金重權)대표는 安장관을 천거하지 않았고, 단지 임명사실을 통보받았다" 고 강조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安장관이 지구당위원장을 하던 시절인 1995년 서울대 법대 동창인 신건(辛建)국정원장(당시 변호사)이 후원회장이었던 점을 들어 "辛원장이 安장관을 추천했을 가능성도 있다" 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다른 당직자는 "법무차관까지 지냈던 辛원장의 경력과 경험으로 미뤄볼 때 평검사출신인 安장관을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이례적인 장관 통보 시각=安장관은 22일 "어제(21일) 오전 10시30분쯤 통보를 받았다" 고 말했다. 청와대가 공식발표한 시간도 이쯤이다. 安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사권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미리 통보하지 않고 장관을 임명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 참모 출신 민주당 관계자는 "金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나 전례로 미뤄 이해하기 어렵다" 고 지적했다.

전임 김정길(金正吉.전남 신안)장관의 교체 문제를 놓고 신승남(영암)검찰총장과 동향 문제에 대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한쪽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여타 장.차관과 성격이 다른 만큼 '향피' (鄕避.같은 고향 사람을 피한다)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쪽은 '호남 편중론' 때문에 '향피가 불가피하다' 는 것이었다.

김종혁.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