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 IMF 주최 '한국경제 위기 극복' 국제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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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계적인 석학과 국내 학자들이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과 투신사에 대한 미흡한 구조조정이 외환위기 이후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이 머지않아 안정적인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국제통화기금(IMF)이 17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고 있는 '한국경제의 위기와 극복' 이라는 주제의 국제회의에서 나온 얘기다. 이 회의는 유스케 호리구치 IMF 아태담당 국장과 사카키바라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 등이 참석한다.

아자이 초프라 IMF 한국담당 과장은 '한국의 위기극복' 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기업 구조조정을 은행 중심으로 하기보다 법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초프라 과장은 "은행도 기업인 만큼 부실기업 정리는 부실채권을 털어내는 데만 주력하게 된다" 며 "이 경우 사회적으로 비용이 커질 수 있으므로 법원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균형감을 살려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최근 채권은행 중심으로 부실기업의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만들고 도산3법(법정관리.화의.청산)의 통합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관심을 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은행 쪽으로 치우치고 투신권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이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규택 중앙대 교수와 이창룡 서울대 교수는 '한국 금융개혁에서 회사채 시장의 역할' 이란 보고서에서 ▶정부가 은행뿐 아니라 투신사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고▶기업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투신사 등 중개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선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 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일용직이나 비숙련직은 늘어난 반면 고임금 직종은 감소했다" 면서 "지나친 사회보장 정책은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려 고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고 주장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그 충격으로 낮은 경제성장이 지속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공연한 것이라는 보고서도 발표된다. 로버트 바로 하버드대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전후의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과거 통화위기와 경제성장 투자 등에 관한 사항을 분석한 결과 아시아의 외환위기는 현재의 경제성장이나 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의 성장률과 투자율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철.이종화 고려대 교수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이 안정적인 성장 패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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