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8월 15일 신사 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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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도쿄=오대영 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0일 일본의 패전 기념일인 8월 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고이즈미는 이날 중의원 답변에서 "전몰자에 대한 경의와 감사의 마음으로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참배하겠다" 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총리 이후 처음이 된다.

고이즈미는 또 "나카소네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가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정부 견해는 변하지 않았다" 고 말해 총리의 공식 참배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고이즈미는 앞서 9일 중의원 답변에서 개인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가 그후 기자들에겐 "(야스쿠니 신사 참배 때)총리 직함을 쓰겠다" 고 입장을 번복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공식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임을 시사했었다.

◇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도쿄(東京) 중심가의 야스쿠니 신사는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희생된 전몰자의 영령을 모신 곳으로 황국사관의 본산이자 군국주의를 고양해온 역할을 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는 1980년 "총리.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 제20조에 비추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 는 통일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나카소네 전 총리의 경우 신도 의례인 '2례(禮) 2박수(拍手) 1례(禮)' 등을 피할 경우 정교분리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 공식 참배의 길이 있다는 관방장관 사적 자문기관의 보고서를 앞세워 각료들을 대동하고 참배를 강행했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한국.중국이 강력히 반발하자 나카소네는 이듬해부터 참배를 포기했다. 그 이후로는 일본 유족회 회장이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가 96년 7월 자신의 생일 때 공적이냐, 사적이냐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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