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책온라인 마케팅 유통시장 변화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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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학생시절부터 1주일에 한두번은 꼭 서점에 들러 책을 사온 회사원 權모(30)씨는 이제 더 이상 서점에 가지 않는다. 인터넷 책 전문 쇼핑몰에 들르면 원하는 책은 무엇이든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값도 싸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터넷 서점이 급성장하면서 서점 위주의 기존 유통구조가 위협을 받고 있다. 비단 책뿐 아니라 아직 발전 단계인 국내 온라인 시장 전반에 재래식 유통시장과 가장 치열하게 경합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다.

◇ 인터넷 서점들 대공세=인터파크(http://www.interpark.com)는 지난 1일 책을 다 읽은 뒤 반품하면 책값의 30%를 전자화폐로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 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적용 중인 20~30% 할인폭까지 감안하면 최고 51% 할인된 가격에 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인터파크는 우선 2일부터 앞으로 2주 동안 『2001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 등 베스트셀러 20종류를 대상으로 실시한 후 대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반품은 찢어지거나 더럽혀지지 않으면 가능하다. 이 회사 김철수 홍보실장은 "베스트셀러 위주의 할인마케팅으로 전체적인 책의 매출을 높여 이익을 남기는 것이 우리의 전략" 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예스24(http://www.yes24.com)도 지난 3월부터 한시적으로 베스트셀러 3백종을 30% 할인해 팔았다. 예스로닷컴은 한정판매 조건으로 50%까지 할인하는 등 인터넷 서점의 할인 공세는 가열되고 있다. 이같은 가격정책에 힘입어 인터넷 서점들의 매출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종로.교보서적 등 대표적인 서점들도 온라인 판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사실상 15%선의 온라인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 기존 출판업계 반발=출판업계는 온라인업체를 중심으로 한 이같은 가격 할인공세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0% 이상 책값을 할인할 경우 정상적인 유통으로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결국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1995년 창업 이래 한번도 이익을 못낸 이유가 바로 저가정책 때문" 이라며 "지금의 할인전쟁 때문에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들이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온라인 서점들도 올해 안으로 절반 이상 망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인터넷 서점은 가격 할인이 아니라 양질의 데이터 베이스와 콘텐츠로 경쟁해야 한다" 며 "지금의 온라인.오프라인 경쟁은 결국 거품 가격과 책의 질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온라인 쇼핑몰 전 분야에 파급=온라인 쇼핑몰의 도전은 책 이외의 분야에서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인터파크가 지난달 9~22일 인터넷 업계 처음으로 백화점들을 본뜬 봄맞이 세일을 시작, 일부 품목에 한해 75% 할인을 했다. 한솔CS클럽도 지난달 봄 세일을 처음 열고 50% 할인상품을 대거 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연승 연구원은 "온라인업체들이 매장이나 인력에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만큼 오프라인보다 싼 값에 물건을 제공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이라며 "오프라인업체들은 온라인이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을 차별화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배영대.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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