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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회 파행, 여당이 결자해지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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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해찬 국무총리의 야당 폄하 발언으로 비롯된 국회 공전사태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여권을 향해 좌파공세를 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단독 국회 강행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 파면을 요구하면서 국회에 불참하고 있다. 할 일 많은 국회를 언제까지 이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러자면 사단을 일으킨 쪽에서 풀어야 한다.

국회가 파행하고 정국이 극단적 대립사태로 치달리게 된 직접적 원인 제공자는 이 총리다. 유럽 방문 중에 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퇴보한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 그가 "취중에 한 얘기"라거나 유감을 표명하기만 했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사과는커녕 "잘못한 게 없다"며 "한나라당이 색깔론 공세에 자성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좌파공세를 펴는 게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여권도 그동안 한나라당에 대해 '보수 꼴통'이니 '수구'니 하면서 역(逆)색깔론을 줄기차게 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문제는 여야 지도부가 만나 자제에 합의하면 될 일이지,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가 나설 일이 아니었다.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지금 이 마당에 "수구세력과 맞장을 떠야 하는데 이 총리가 그런 의사를 표현한 것" "여당 차기 대선주자들을 보면 이 총리처럼 하는 사람이 없다"고 두둔하고 나서고 있다. 입장을 바꿔 한나라당 총리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을 그렇게 비난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고 국정에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으로서 무책임하고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여당이 의도적으로 한나라당을 '국회 거부-장외투쟁'으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여당 지도부와 나라를 걱정하는 의원들이 나서야 한다. 야당을 달래고 이 총리를 설득해 사과하도록 해서 수습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더 이상 국민을 짜증나게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