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쥔은 여기서 유유히 손을 돌려 반상 최대의 136을 차지했다. 크기만 따진다면 136보다 A가 더 클지 모른다. 하지만 136은 두텁고 이 수로 모든 후환이 사라졌다. “끝났습니다”하는 선언이었다.
허영호 7단은 한 발 늦게 그 사실을 알고 숨이 탁 막혔다. 137, 139로 나간 뒤 더 이상 손이 나가지 못한다. 예정대로라면 ‘참고도2’ 흑1 다음 3으로 끊어야 한다. 한데 금방 될 것 같은 이 절단이 수순과 같이 교묘하게 안 되는 것 아닌가. 비극이다. 밀리는 형세에서 또다시 헛방을 날리고 말았으니 맥이 풀린다. 이런 날은 지는 날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