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국민 - 씨티 '자존심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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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딩뱅크인 국민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선발주자인 한국씨티은행이 1일 동시에 새로운 모습으로 시장에 뛰어든다.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 취임과 함께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한 이후 3년여간 쌓아온 '내공'을 시험받게 됐다. 김정태 전 행장이 이뤄낸 은행 간의 물리적 통합을 화학적 결합으로 발전시켜 리딩뱅크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한미은행을 합병한 씨티은행은 외국계 은행자본으로서는 처음으로 하영구 행장의 지휘 아래 국내 금융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민다. 두 은행 모두 행장이 외국계 금융회사 출신이고 통합을 통해 덩치를 불려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 리딩뱅크 수성과 도전을 목표로 하고 있어 입장은 정반대다.

◆ 전방위 격돌 불가피=두 은행의 덩치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07조원에 달하고 영업점 수는 1000개를 넘는다. 총자산 66조원에 238개의 지점망을 갖고 있는 씨티은행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세계 1위의 금융사인 씨티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씨티은행은 2007년까지 금융시장 점유율을 6%에서 10%로 높여 리딩뱅크를 지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뿐만 아니라 펀드 등 간접상품 판매,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까지 전방위 공략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PB와 대기업 대출.카드 부문은 씨티 방식을, 중소기업 대출은 한미은행 방식을 채택하는 등 통합 전 강점을 보이던 쪽으로 영업을 일원화했다. PB는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은 '씨티골드', 10억원 이상은 '씨티프라이빗뱅킹'으로 관리한다. 기업 대출은 막강한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외환.무역금융 등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토털 서비스로 대기업은 물론 수출 위주의 알짜 중소기업까지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통합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5%대로 급상승한 카드 부문도 파격적인 마일리지 서비스와 회원 확대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수성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혁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강 행장은 자신이 행장을 역임한 서울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빠르게 깨끗하게 바꾼다'는 원칙을 보여줬다. 특히 20년간 씨티은행과 도이체방크 등 외국계에서 근무하며 익힌 선진 은행의 운영체제를 국민은행에 이식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이후 인력 조정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강 행장이 우선 관심을 보일 부분은 인력 구조조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 명예퇴직이 단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 자리에는 외부 전문인력이 대거 충원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 관행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점포장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나가는 대출은 일절 금지하고 매뉴얼에 있는 대로만 대출해 주는 관행이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대 점포망을 갖춘 강점을 활용해 다양한 소득 계층을 고객으로 유지하면서 PB 지점을 현재 12개에서 연내에 20개로 늘려 씨티은행의 운신 폭을 좁히겠다는 전략도 세워두고 있다.

◆ 내부 통합이 관건=두 은행 모두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국민은행은 김정태 전 행장의 퇴진 과정에서 드러났듯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직원들 간의 주도권 다툼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노조도 옛 장기신용은행 노조까지 포함해 3개로 갈려 있는 형편이다. 씨티은행도 옛 한미은행 직원들이 한달간 파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옛 씨티 서울지점 직원들의 파업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서민 고객이 많은 특성상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부실여신을 떠안고 있다는 부담이 있다. 점포가 많아 접근성이 좋지만 금융상품 상담이나 고객 서비스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고객 불만도 해결 과제다. 씨티은행은 은행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국내 현실과 수익 추구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김동호.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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