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집회 '비디오 전쟁' 벌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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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노동절인 1일 오후 민주노총이 서울 대학로와 종로 일대에서 개최한 노동절 대회에서 경찰과 민주노총간에 수십대의 카메라가 동원된 '카메라 전쟁' 이 벌어졌다.

인터넷에서도 양측이 현장 생중계 경쟁을 벌였다.

집회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대측의 불법 행위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대우차노조 시위 진압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경찰과 민주노총이 경쟁적으로 공개한 것이 그 배경이다.

경찰은 3명씩으로 구성된 채증요원 56개조를 집회 현장에 투입했다. 비디오카메라 30여대, 일반 사진기 30대 외에 이날 저녁 민주노총이 행진한 도로변엔 폐쇄회로 카메라 8대도 동원됐다.

민주노총측도 20여명의 카메라맨을 투입해 집회 현장을 찍으면서 경찰의 폭력행위를 감시했다.

캠코더를 들고 나온 삼미특수강 노동자 김모(33)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경 차량번호도 찍어놓았다" 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40분부터 밤 늦게까지 집회 현장을 찍은 동영상을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려 중계했다.

민주노총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생중계했으며 현장 스틸사진도 띄웠으나 동영상은 올리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경찰이 집회 현장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합법적인 시위를 방해하고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 라면서 "경찰의 불법적 채증행위를 역채증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 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현장 상황의 인터넷 공개와 관련해 "성숙하고 투명한 시위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 라고 말했다.

◇ 노동절 대회=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노동절 기념 집회를 열고 가두시위를 벌였으나 경찰과의 큰 충돌은 없었다.

민주노총은 1만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 대학로에서 '노동절 111주년 기념대회' 를 열고 구조조정 중단 및 정리해고 철폐 등을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오후 1시 서울역 광장에서 4천여명이 참석한 집회를 열고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며 명동까지 행진했다.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까지 계획한 가두행진이 종로2가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되자 오후 6시쯤 시청앞 광장에 모여 두시간 동안 정리 집회를 열었다.

시청 앞 광장에서 농성이 벌어진 것은 1987년 이한열 열사 장례식 때 이후 14년 만이다. 두 행사로 이날 오후 시청앞.종로.을지로 등 도심의 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다.

전진배.성시윤.강정현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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