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주변 소음피해지역 곧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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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포공항 근처에 사는 주부 이희옥(30.서울 양천구 신월동)씨는 요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후 비행기 소음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면 전화.TV, 심지어 형광등까지 올스톱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며 "요즘엔 소음이 크게 줄어 새로 이사온 느낌이 든다" 고 말했다.

국제선 항공기들이 인천공항으로 옮겨가면서 서울 양천구.경기도 부천시 일부지역의 항공기 소음이 60%나 줄어 생활여건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특히 항공법상 '소음피해지역' 으로 묶여 각종 건축제한을 받아온 이들 지역 대부분이 피해지역에서 해제될 전망이어서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 소음피해지역 변경=현재 소음피해지역은 양천구 신월동과 구로구 오류동, 강서구 외발산동, 부천시 고강동 등으로 비행기 이륙 경로를 따라 길게 분포돼 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3종 소음피해지역이며 고강동과 신월3동은 소음피해가 더 심각한 2종으로 분류돼 각종 건축규제.용도제한을 받고 있다. 2종 지역은 신축이 금지돼 있고 3종 지역은 방음시설이 의무화돼 있다.

양천구가 실시한 소음도 조사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개항후 항공기 운항 횟수가 반으로 줄면서 소음도는 60%나 떨어졌다.

소음피해 가구도 공항 일대 4만7천여가구에서 3천1백여가구로 93%나 감소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조사 결과대로라면 3종지역은 대부분이 규제 대상에서 해제되고 2종지역은 3종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한국공항공단은 5월부터 이 지역 일대 소음도를 조사한 뒤 내년 초께 소음피해지역 재고시를 할 예정이다.

◇ 기대 효과= '소음 지옥' 의 오명으로 인근 목동의 아파트보다 1천만~2천만원 낮게 평가됐던 신월동 일대 아파트 전세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까치부동산 설동홍 사장은 "1년 정도 후면 소음이 줄었다는 인식이 확산돼 목동 아파트와 가격 수준이 비슷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건축제한 해제도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소음피해지역에서 해제될 것으로 보이는 3종지역은 각종 건축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동안 신축이 불가능했던 2종 지역도 3종으로 완화되면 개발바람이 불 전망이다.

건축가 김석원씨는 "방음시설을 설치하려면 평균 건축비보다 10%의 비용이 더 든다" 며 "소음 때문에 건물방향.창문위치도 고려해야 해 어려움이 더욱 컸다" 고 말했다.

또한 공항이용 차량의 감소로 지역 교통난도 개선되고 있으며, 여름철에도 방문을 꼭 닫고 지내지 않아도 돼 에어컨 등 전기사용량도 줄 전망이다.

한편 주민들은 정부의 소음완화 지원책이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1994년부터 항공기 소음대책의 일환으로 피해지역 주택의 이중창 설치비와 TV 수신장애 해소 장치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실적은 대상 가구의 5%에 그쳤다. 주민 박준철(양천구 신월동)씨는 "소음이 훨씬 줄어들긴 했지만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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