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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어린이날 달 기획전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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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이 동화속의 어린이 나라, 장난감이 가득한 놀이방으로 탈바꿈했다. 어린이의 달을 맞아 지난 1일 개막한 기획전 '쿨룩이와 둠박해 2' 때문이다.

강진식.신한철.이주연.정경희.최우람씨 등 다섯명의 작가가 미술관 3개층을 초등학생.유치원생을 위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꾸몄다. 작품을 직접 입어보고, 던지고, 갖고 노는 참여형 전시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하 1층에선 정경희의 '헨젤과 그레텔' 이 기다린다. 헨젤과 그레텔 의상 40벌을 치수별로 준비해 어린이들이 입고 다니게 했다. 입구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두운 오솔길이다. 길섶에는 달빛을 받은 조약돌들이 반짝이고 천사언니가 나타나 사탕을 관객에게 나눠준다.

길을 따라 과자와 사탕으로 만든 집을 통과하면 밝고 환한 꿈나라가 펼쳐진다. 오리가 헤엄치고 새들이 나는 가운데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놀이동산이다.

지상 1층은 이주연의 '오자미방' 이다. 천장과 벽면, 바닥을 가득 채운 별 그림들이 어딘가 먼 시간과 공간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바닥에는 수백개의 오자미가 흩어져 있다. 천장으로, 공중에 걸린 바구니에, 다른 어린이에게, 오자미를 던지면서 별나라의 공간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2층 첫방으로 올라가면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커다란 공 15개가 기다린다. 신한철의 '구-유희' 다. 벽에는 수박밭.딸기밭.포도밭이 그려진 거울이 줄지어 붙어 있다. 색색의 공으로 된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면 수박이나 딸기가 된 기분, 살아 있는 조각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강진식의 '찍찍이 놀이' 가 설치돼 있다. 커다란 스펀지 상자 표면에 예쁜 색깔의 아크릴 조각을 붙이는 놀이다. 찍찍이가 부착된 아크릴로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들어보는 3차원 드로잉의 세계다.

두번째 방에는 로봇 자동차 57대가 바닥을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최우람의 'bring me a star' 다. 형광자동차가 벽면에 빛을 쏘며 바닥에 그려진 검은 선을 따라 돌아다닌다.

어린이들은 뒤엉키는 로봇 차들을 다른 노선으로 옮겨주거나 서로 마주치게 만들면서 놀게 된다. 자동차와 노선은 저마다 다른 꿈을 가지고 모험을 떠나는 동심의 세계를 표상하는지도 모른다.

전시를 기획한 신정아 큐레이터는 "주입식 교육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키워주자는 행사" 라고 설명하고 "공부만 잘하는 '쿨룩이' 와 놀이를 더 좋아하는 '둠박해' , 과연 미술관에 오는 어린이들은 쿨룩이일까요, 둠박해일까요" 라고 물었다. 31일까지. 입장료 2천원. 02-720-5114.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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