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큰 집서 불러 조인트 까고…” 김우룡 발언 전말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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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의 발언이 파문을 빚고 있다. 김 이사장은 월간지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는 김재철 (MBC)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닙니다. 큰 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선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이 취임 직후 단행한 MBC 지방 계열사와 자회사의 간부 인사에 외부의 개입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던진 것이다.

당사자들은 권력기관 개입 의혹을 일제히 부인하고 있다. 방문진은 “큰 집은 청와대가 아니다. 큰 집이란 표현은 방문진 이사회를 비롯한 MBC 관리·감독 조직과 사회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을 의식해 통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사장도 “인사와 관련해 권력기관의 어느 누구와도 협의한 적이 없으며 큰 집(권력기관) 사람을 한 명도 만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청와대는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로선 김 이사장 발언의 진실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발언의 경위와 전모는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본다. 빈말이라면 김 이사장은 경솔한 언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사실이라면 언론사 인사를 권력기관이 좌지우지했으니 심각한 사안이다. 방송, 나아가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용만 보면 김 이사장이 공인(公人)으로서 자질과 양식을 갖췄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방송사 사장을 ‘청소부’에 빗대고, ‘좌빨’ ‘대학살’ ‘개망신’ 등 원색적인 용어를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자기 과시욕에서 과장된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공인이라면 용어 선택에 절제가 있어야 한다.

방문진은 MBC를 자본과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방문진을 대표하는 이사장은 설혹 외부의 압력이 있더라도 앞장서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김 이사장이 직접 나서 전말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