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땅싸움 이어 물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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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문화부 기자

땅 투기 문제로 한바탕 공방을 벌였던 MBC와 SBS가 이번엔 '물'을 놓고 다투고 있다.

MBC는 지난 22일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프로그램에서 SBS 연중캠페인 '물은 생명이다'와 SBS 모기업 태영의 하수처리 사업 사이의 '커넥션'의혹을 제기했다.

SBS가 캠페인을 통해 특정지역 수질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면 태영이 그 지역의 하수처리장 공사권을 따냈다는 것이다. '…사실은'은 "지난 2001년 SBS가 캠페인을 시작할 무렵 태영이 하수종말처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현재는 계열사가 11개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BS는 25일과 28일 연거푸 보도자료를 내보내며 "MBC의 보도와 달리 캠페인 이후 태영의 물 관련 사업 수주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2001년 이후 경기도 지역 총 23건의 하수시설 공사 중에서 태영은 단 2곳을 수주했을 뿐이고, 공사금액도 총 4345억원 중 8.7%인 약 380억원이라는 설명이다.

두 방송사는 이달 중순에도 메인뉴스를 통해 '땅 투기 의혹'과 '소유지분 초과'를 서로 들먹이며 공방전을 벌였었다.

급기야 방송위원회는 지난 26일 새로 드러난 두 방송사의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둘 다에 '재허가 추천 보류'결정을 내렸다.

"방송사들이 그동안의 '동업자 눈감아주기' 관행을 깼다는 점은 긍정적"(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김기태 교수)이라는 시각도 가능하다. 이미 신문사들 사이에서는 오래전에 깨진 관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땅 싸움''소유지분 싸움'에서 '물 싸움'으로까지 번진 MBC.SBS의 공방전을 '성역 깨기'차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정작 전파의 주인은 누구인데 허구한 날 티격태격이냐"며 눈살 찌푸리는 시청자들에게 두 방송사는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하다.

이지영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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