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이만큼 성공한 건 세금 덕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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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금으로 공부했으니 정직한 납세로나마 갚자는 것뿐이었는데…. 분에 넘치는 상까지 받게 돼 쑥스럽습니다."

29일 국세청이 주는 모범 성실납세자 상을 받은 연세엔젤치과 원장 장태숙(37)씨는 세금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공군 중령이었던 아버님께서 과로로 순직하셨습니다. 그 후 국가 유공자녀로 대학까지 보훈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국민 세금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던 셈이지요."

그래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세금 제대로 내는 게 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그의 병원은 현찰을 잘 안 받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현찰을 받는 경우도 있어 매출 중 신용카드와 현찰 비율이 9대1쯤 된다.

한 세무전문가가 그에게 대개 현찰은 세무신고 없이 챙기는 게'업계 관행'이라고 알려준 적도 있다고 한다. 또 주변사람들도 그 정도만 해도 '모범 납세자'라고 거들었다. 그의 경우 현찰을 신고 안 하면 매년 2000만원 정도 절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일을 거절했다. 국민 세금으로 공부한 그로서는 세무서 앞을 지날 때 '뭔가 켕기는'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은 5억4000만원, 순이익이 2억1000만 원이었습니다. 세금은 6500만원을 냈고요."

그는 보통 제대로 노출하기를 꺼리는 자신의 '실적'을 당당히 공개했다. 누락한 세금이 한푼도 없다며 "언론에 그대로 보도해도 좋다"고도 했다.

장 원장은 아예 매년 5월에 있는 종합소득세 납부 시기에 찾을 수 있도록 적금을 붓는다. 다달이 들어오는 수입으로 이것저것 쓰다 보면 막상 세금 낼 때는 '생돈'을 내는 것처럼 아까울 수가 있어서란다.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세금을 잘 내는 것은 물론 의료봉사 활동 등도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모범 납세자 추천이 들어와 3일 동안 3년간의 영업장부를 샅샅이 뒤졌다"는 국세청의 이명래 납세지원국장은 "실사를 하며 정말 이런 분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고 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장 원장을 포함해 63명을 모범 성실납세자로 지정, 표창했다. 모범 성실납세자에게는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금융기관 VIP 대우, 3년간 세무조사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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