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3.9% … 예금이자 3.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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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은행 예금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자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 일반 고객에게 주는 예금금리 평균이 금융회사끼리 하루짜리 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콜금리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리는 예금금리 인하폭의 절반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담보대출 금리는 거꾸로 올랐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한 저축성 예금 평균금리는 연 3.51%로 전달보다 0.1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하루짜리 콜금리 평균(3.52%)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9%(전년 동월 대비)였음을 감안하면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는 마이너스 0.39%다. 이 수준의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1년 동안 지속된다면 1억원을 예금했을 때 세금(16.5%)을 뺀 이자는 293만원밖에 안 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97만원을 손해보게 된다.

더욱이 은행 정기예금의 금리수준별 분포를 보면 연 4% 미만 예금의 비중이 지난해 3월 52.9%에서 지난달 93.7%로 높아졌다.

한편 은행 대출금리 평균은 연 5.74%로 전달보다 0.07%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은행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마진율이 2.23%로 한달 전보다 0.0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보증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각 0.43%포인트와 0.07%포인트씩 올랐다. 지난달 가계 보증.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오른 것은 8월에 개학을 앞두고 저리 학자금 대출이 많이 나가 평균금리가 떨어진 데 따른 반사효과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달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평균은 한은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그 이전에는 한자릿수 금리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사상 최저 기록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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