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적군파 리더 후사코 옥중수기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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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붉은 테러리스트' 로 불렸던 일본 적군(赤軍) 최고간부 시게노부 후사코(重信房子.55.사진)가 딸(28)을 위한 옥중 수기를 냈다. 중동을 무대로 극좌 테러 활동을 벌이다 지난해 11월 오사카(大阪)에서 체포된 그녀의 수기 제목은 '사과나무 밑에서 당신을 낳으려 결심했다' .

이 책은 그녀가 베이루트에서 낳아 국적이 없던 딸의 일본 국적 취득을 위해 일본 법무 당국에 제출한 탄원서를 단행본으로 엮은 것. 그녀는 '세계혁명' 을 꿈꾸며 1971년 베이루트에 잠입한 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이름없는 전사(戰士)와의 사이에 딸을 낳았다고 밝혔다. 둘은 모녀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함께 찍은 사진을 한장씩 보관해 왔다.

책은 어린 시절에 간장회사에 취직한 뒤 메이지(明治)대학 야간부에 입학, 학생운동에 발을 들여 '계급투쟁 운동 '을 펼 때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녀가 주도해 결성한 '일본 적군' 의 첫 사업은 1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72년 텔아비브 공항 습격이었다. 이어 일본항공(JAL)기 납치(73년), 싱가포르 연료 저장소 폭파(74년), 콸라룸푸르 주재 미 영사관 점거(75년)등의 테러를 벌였고, 긴 머리를 날리는 미모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지난해 말 일본 경찰에 체포됐던 그녀는 지난주 혁명노선의 오류를 인정하고 '일본 적군' 의 해산을 선언하는 성명문을 지지자들에게 보냈다.

일본 당국은 혁명가 이전에 한 어머니로서의 탄원을 받아들였고, 그녀의 딸은 지난달 일본 국적과 시게노부 메이(重信命)라는 일본식 이름을 얻었다. 이달 초엔 어머니의 조국 일본 땅을 처음으로 밟아 옥중의 어머니와 재회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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