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세계 일류' 독일 장애인 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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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독일은 장애인의 천국이다. 우선 모든 공공시설을 장애인을 배려해 만들었다. 장애인 전용 지하철 엘리베이터,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나 공중전화, 제일 좋은 자리에 마련된 장애인 전용 주차장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다.

하드웨어만 잘 갖춰진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항상 장애인 우선이다. 가령 백화점 같은 곳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면 누구나 문을 잡아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너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휠체어를 밀어준다.

이처럼 독일의 장애인들이 사회 전체의 배려 속에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는 정치권도 큰 몫을 했다.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관련법을 고치는 등 꾸준히 노력해온 것이다.

독일 장애인들의 권익은 헌법인 기본법에 명시돼 있다. 7년 전인 1994년 독일 여야는 만장일치로 '법 앞에 평등' 을 규정한 기본법 제3조 3항에 손을 대 '어느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는 규정을 삽입했다.

그뿐이 아니다. 2주 전인 지난 6일엔 여야 합의로 사회복지법을 개정해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조금도 불편이 없도록 했다. 오는 7월 1일 발효되는 이 개정안에 따라 예컨대 직장생활을 하는 청각장애인은 수화 통역사를, 시각장애인은 문서를 읽어주는 사람을 노동부에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아예 개인 비서를 하나 두는 셈이다. 독일 정부 장애인 담당관의 말처럼 "이제 장애인이 서비스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서비스가 장애인을 찾는 것" 이다.

장애인 복지시설이라도 들어설라치면 무슨 혐오시설 대하듯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독일인들의 이런 모습은 부럽기 그지 없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간 꾸준한 노력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독일의 예에서 보듯 선진국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배려운동에 대한 소식이 간헐적으로 들리고 있다. 참으로 대견한 일이다. 대통령이 노벨상을 탔다고 우리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게 아니다. 이같은 작지만 가슴 뭉클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한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어제(20일)는 장애인의 날이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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