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그린스펀 효과… 국내 증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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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국내 증시에 상당한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기와 기업실적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어 당분간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예상치 못한 금리인하 효과=미국은 올 들어 네차례에 걸쳐 0.5%포인트씩 연방 금리를 인하했다. 2, 3차 금리인하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측한 데다 미국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에 가려 주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특히 2차 금리인하 때는 시장에서 0.75%포인트 인하를 기대했는데 실제 인하폭은 이에 못 미쳐 오히려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4차 금리인하는 1차와 마찬가지로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더구나 장중(오전 11시)에 발표돼 그 영향이 컸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실적 호조로 상승세로 출발한 미국 증시는 금리인하로 상승폭이 두배로 커졌다.

미국 증시의 급등에 힘입어 19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6천7백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오름세를 주도했다.

◇ 상승 분위기 이어질 듯=미국의 금리인하가 미국과 국내 증시 상승의 기폭제가 됐지만 금리인하 이전에도 주가는 4월 초를 바닥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의 금융통계 조사 기업인 데이터스트림은 최근 미국 기업의 실적이 3월 말을 바닥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샐러먼 스미스 바니 증권의 애널리스트 조너선 조셉도 반도체 경기가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한 투자등급을 높였다.

LG투자증권 양성호 기업분석1팀장은 "이번 미국 금리인하는 경기침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FRB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며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한동욱 선임연구원은 "금리인하로 경기회복이 빨라지며 반도체 등 경기 관련주가 금융주 등 경기 방어주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 미국, 왜 또 금리 낮췄나=경기 둔화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았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1% 성장에 머문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FRB는 18일 성명에서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주가하락에 따른 소비위축▶해외경제 둔화 등으로 경제활동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달 15일 정례회의에 앞서 이날 갑자기 금리를 내린 것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FRB는 지난 1월 3일에도 긴급회의를 열어 금리를 기습적으로 인하해 나스닥지수를 14%나 끌어올렸다.

이번 인하로 연방기금 금리는 1994년 8월 이후 가장 낮아졌다. FRB가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재할인금리도 4.5%에서 4%로 0.5%포인트 낮아졌다.

◇ 미국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FRB는 성명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고 밝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이 월가의 25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4곳이 다음달 15일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했으며, 그중 15곳은 인하폭이 0.5%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재홍.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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