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 이용한 분광기 극미물질 분석 길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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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오팔의 결정을 투명 필름에 코팅한 손톱 크기의 분광기(작은 사진)에 빛을 비추자 프리즘처럼 빛이 나눠진다. [KAIST 제공]

알록달록 아름다운 빛을 내는 보석인 ‘오팔’을 이용한 초소형 분광기가 개발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칩 정도의 작은 분광기로 극미량 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양승만 교수 팀은 오팔의 극미세 입자들을 가지런히 정렬해 무지개와 같은 모양으로 빛을 반사할 수 있는 분광기를 개발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분광기는 빛을 파장별로 분해·계측할 수 있는 기기다. 연구팀은 오팔이 아름다운 빛을 내는 것은 그 내부에 색소가 있어서가 아니라 입자마다 각기 다른 색의 빛을 반사한다는 데 주목했다. 층층이 쌓인 이들 입자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정도 지름으로 미세하다. 이 입자들을 크기별로 정렬하면 빛을 분해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모든 물질도 분자 단위로 내려가면 저마다 흡수·반사하는 빛의 색이 다르다. 이처럼 물질마다 다른 ‘빛의 지문’을 이용해 극미량이라도 어떤 물질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분광기다. 최근에는 신약 개발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10억 분의 1g부터 1000조 분의 1g까지의 극소량 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초소형 분광기의 필요성이 커졌으나 기존 기술로는 개발이 어려웠다. 기존 분광기는 사과 궤짝보다 더 크다. 오팔 분광기는 극미세 입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초소형으로 만들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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