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제철 만난 가을 과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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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이 잘 맞는 식품>

배와 소고기 등 육류 : 배에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소화가 잘된다

레몬과 우유 : 우유의 비린내를 소량의 레몬즙으로 제거할 수 있다

레몬과 굴.회 : 레몬을 첨가하면 식중독균 등 세균의 번식이 억제된다

파인애플과 스테이크 : 파인애플에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소화를 돕는다

<상극인 식품>

수박과 튀김 요리 : 위액을 엷게 만드는 수박과 기름진 음식을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

토마토와 설탕 : 토마토에 든 비타민B1이 체내에서 설탕을 분해하는 데 주로 쓰인다

감과 간 : 감의 떫은 맛 성분(타닌)이 간의 철분과 결합한 뒤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된다

자료=관동대 명지병원

홍보대행사 직원인 정모(31.여)씨의 하루는 과일에서 시작해 과일로 끝난다. 그의 아침 메뉴는 사과 한 개, 포도 요구르트, 우유다. 세면은 과일 샴푸.과일 비누로 하고, 비타민C가 들어 있어 미백 효과를 나타낸다는 과일 화장품으로 단장한다. 점심은 과일이 든 퓨전 음식을 먹는다. 저녁엔 요즘이 제철인 대추를 차로 끓여 마신다. 잠들기 전엔 비타민A가 풍부해 건성 피부에 좋다는 바나나팩을 한다.

웰빙 열풍으로 과일 시대가 활짝 열렸다. 게다가 가을은 과일의 전성기다. 사과.배.감.밤.감귤이 제철을 맞아 탐스럽다. 생으로 먹기보다 차로 끓여 먹는 대추.모과.유자.석류가 나는 계절도 지금이다.

가을철 4대 과일=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 교수는 "3~5개월 만에 속성 재배한 비닐하우스 과일에 비해 가을이 제철인 과일은 여름 내내 햇빛과 땅의 영양분을 빨아들여 비타민.미네랄 등 영양소가 훨씬 많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가을 과일인 사과의 항산화.항암 성분은 붉은 색 껍질에 든 안토시아닌이다. 관동대 명지병원 이정수 영양팀장은 "안토시아닌은 혈액 중의 유해산소로 인해 생기는 암.동맥경화 등을 막아준다"며 "껍질째 먹는 것이 안토시아닌을 많이 섭취하는 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껍질에 농약이 남아 있을 것 같아 껍질을 벗기는 사람이 아직은 더 많다. 이 팀장은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거나 시판되는 과일용 세제를 사용하면 농약이 대부분 씻겨 나간다"고 말한다. 흐르는 물에 씻은 뒤 식초(식초와 물을 1대 10으로 섞음)나 소금물에 5~10분 담가 놓았다가 다시 헹구면 더 확실하다. 흡착력이 강한 밀가루나 베이킹 소다를 푼 물에 씻는 것도 효과적인 농약 제거법이다.

사과와 함께 '과일의 왕'을 겨루는 배는 껍질이 팽팽하고 무거운 것이 상품이다. 향기가 뛰어난 것이 맛도 좋다. 배엔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질긴 육류를 연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따라서 고기 양념에 배를 갈아 넣거나 육류 섭취 뒤 배를 후식으로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

감은 포도당.과당이 많이 들어 있어 먹으면 금세 힘이 나고 피로도 풀린다. 피부 미용.감기 예방에 좋은 비타민 C도 100g당 30~50㎎이나 들어 있다. 그러나 떫은 맛 성분인 타닌이 변을 굳게 해 변비를 일으킨다는 것이 단점이다. 떫은 맛을 없애려면 감을 두꺼운 종이에 싸서 10일쯤 방치하면 된다.

살찌는 과일과 살 빠지는 과일=가을철 과일 중 감.밤은 열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살찌는 과일로 통한다. 특히 밤은 다른 과일에 비해 당도는 낮지만 탄수화물.단백질 함량이 높아 많이 먹으면 체중이 불어난다. 가을 과일은 아니지만 바나나.멜론.파인애플도 살찌는 데 보탬이 된다. 반면 배.사과는 비교적 열량이 낮아 살 빠지는 과일로 분류된다. 오렌지.자몽.토마토도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과일이다.

훌륭한 다이어트용 과일의 조건은 세 가지다. 열량과 혈당지수는 낮고 식이섬유 함량은 높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혈당지수는 달콤한 과일이 높고, 신맛이 나는 과일이 낮다. 식이섬유는 열량이 전혀 없으면서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그만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키위가 이상적이다. 열량과 혈당지수가 낮은데다 식이섬유가 바나나의 다섯배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과일 중에선 포도.사과가 원푸드 다이어트(한가지 과일만 3일쯤 섭취)에 흔히 동원된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는 "한가지 과일만 먹으면 처음엔 체중이 감소하나 지방은 줄지 않으므로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요요현상이 오기 쉽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차로 끓여 먹는 가을 과일=가을에 나는 대추.유자.오미자.모과는 대개 설탕이나 꿀에 재운 뒤 차로 우려내 마신다. 과일이 비타민C의 보고(寶庫)라는 인식 때문에 과일차에도 비타민C가 풍부할 것으로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비타민C는 물에 녹는 데다 열에 약해 차로 우려내는 도중 많이 파괴된다. 따라서 과일을 차로 마시면 생과일.과일주스를 먹을 때보다 비타민C 섭취량은 적게 마련이다. 끓는 물을 60도 가까이 식힌 뒤 대추 등 과일을 넣어 과일차를 만들면 비타민C의 손실이 줄어든다. 모과는 소변을 잘 나오지 않게 하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평소 소변량이 적거나 소변 색이 붉은 사람, 소변에서 농이 섞여 나오는 사람에겐 금물이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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