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4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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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4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환율.금리.주가 등 세 가지 핵심 시장변수를 한꺼번에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날 긴급 금융정책협의회 참석자들은 원화가치 안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엔화가치 변동에 어느 정도의 동조는 필요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정부가 외환보유액으로 환율상승을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는 "충분한 실탄(외환보유액)이 있다" 고 말했다.

증시대책은

▶6조원대의 연기금 추가 동원

▶장기 소액투자자에 대한 세금감면 확대

▶분기배당제 도입으로 요약된다. 돈을 직접 넣고, 유인책으로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증시대책의 연기금 전용펀드 조성 목표가 3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조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4대 연기금에서 3조원, 하반기에 그밖의 연기금에서 공동투자(Investment Pool) 형태로 3조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우선 4월 중 연기금 전용펀드에 8천억원을 추가할 계획이다.

세제혜택으론 장기투자가 늘어나도록 유도하기 위해 1년 이상만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어 1백만원의 배당금을 받으면 지금까진 16만5천원의 세금을 냈고 3년 이상 갖고 있어야 비과세혜택이 주어졌다.

이밖에 사학연금 등 민간이 운영하는 연기금에 대해서도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가 하반기부터 면제된다.

미국식 분기배당 제도의 도입도 배당투자의 매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매분기 배당을 해 회사채나 정기예금과 경쟁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임종룡 증권제도과장은 "2000회계연도 12월 결산법인을 보면 세금을 낸 뒤 배당수익률이 4.3%였다" 며 "1년 이상 보유한 장기투자자는 세금까지 면제돼 연간 수익률이 5.2%로 올라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낫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시장은 정부 대책에 냉담했다. 주가와 원화가치가 동반 급락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에 후한 점수를 매겼다. 단기적으로 약발이 먹히지 않더라도 큰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마땅한 경기회생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금을 동원해 증시 수급을 개선하려는 것은 옳은 방향" 이라고 말했다.

현대투신운용 성금성 이사는 "장기 투자자의 배당소득세 면제나 분기배당 조치는 시장의 장기적 수급을 안정시킬 수 있는 보약" 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렬.정재홍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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