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현지시간) 런던 베드퍼드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단독 인터뷰를 했다. 사무실에는 피아노가 한 대 놓여 있었다. 그는 “치지는 못한다. 젓가락 행진곡 정도는 연주할 정도”라고 했다. “작곡가들과 작품 얘기를 할 때, 한 번씩 쳐보라고 한다. 대부분 부담스러워한다”라며 눈을 찡긋했다. 거침없는 말투, 유쾌한 웃음, 과장된 팔 동작 등 인터뷰는 한 편의 모노 드라마처럼 다이내믹했다.
-어릴 때부터 프로듀서를 꿈꿔왔다. 배우·연출가·작곡가가 아니었다.
<그래픽 크게보기>“여덟 살 때였다. ‘샐러드 데이즈(Salad Days)’라는 뮤지컬을 보러 갔다. 작곡가가 무대 위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다. 끝나고 사인을 받으러 갔다. 꼬마가 찾아오는 게 신기했는지 “백스테이지 구경할래”라며 무대 뒤로 데려갔다. 오케스트라석을 보았고 의상실을 둘러봤다. 하늘을 나는 플라잉 기술도 구경했다. 그때 작곡가의 한마디, ‘이걸 모두 움직이는 대장은 프로듀서야.’ 그때 결심했다.”그래픽>
-4대 뮤지컬을 만들었던 1980년대의 영국 경제는 최악이었다. 어떻게 대형 뮤지컬에 도전했나.
“경제를 고려할 만큼 난 똑똑하지 않다. (웃음) 글쎄, 불황이 아닌 적이 언제 있었던가. 여건은 중요하지 않다. 좋은 공연만 만들면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다.”
런던 베드퍼드 사무실에서 만난 캐머런 매킨토시. 작품만큼이나 막힘이 없고 시원시원했다.
-당신이 프로듀서가 되면서 뮤지컬 한 편이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소위 글로벌 시대가 열렸다.
“80년대부터 외국에 나가는 일이 흔해졌다. 마케팅의 골자는 입소문이다. 각국 관광객이 내 작품을 보고 돌아가 소문을 내주었다. 각국 프로듀서들이 찾아오면서 작품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히트작들은 인간애(레미제라블)·꿈(캣츠)·사랑(오페라의 유령) 등 보편적 얘기를 담고 있다. 나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부자들의 얘기는 지루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스토리다. 그 다음이 캐릭터, 그리고 음악이다. 나는 뮤지컬 음악을 인물이나 스토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흥행성과 작품성, 무엇이 우선인가.
“대중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좋은 공연을 만들 뿐이다. 대중은 절대로, 결코, 알 수 없다. (이 대목을 매킨토시는 특히 강조했다) ‘대중이 원하는 건 이거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짓말쟁이거나 바보다. T S 엘리엇의 시를 원작으로 한, 고양이 분장의 ‘캣츠’를 올린다고 했을 때 누가 성공을 예상했으랴. 빅히트작은 뜻밖의 산물이다.”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전이 소재다.
“처음 스토리를 듣고 ‘이거 위험한데, 이거 어두운데, 이거 어렵겠는데, 근데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전쟁을 소재로 한 뮤지컬은 없었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나비부인’이라는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했기에 아픈 역사를 정화시킬 수 있었다. ‘미스 사이공’은 한국에서 세 번 공연되는데, 역대 출연진 중 이번이 가장 좋은 거 같다.”
-최근 한국 뮤지컬 시장이 어렵다.
“한국 시장은 잘 모른다. 그래도 내 모토를 건넨다면 첫째,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라. 둘째, 최대한 노력해라. 셋째, 사람들이 봐 주기를 기도하라. 이게 진실이다. 흥행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본능을 믿고, 직관을 따르라.”
-계획이 있다면.
“‘레미제라블’이 올해 25주년이다. ‘새 버전(new version)’이 선보인다. 한 작품이 세 가지 다른 버전으로 런던에서 동시 공연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새 ‘레미제라블’도 조만간 한국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메리 포핀스’ 한국 공연도 협의 중이다. 난 애를 받아주는 조산사(midwife)다. 뭐든 얘기 되는 걸 가져오라. 나머진 다 책임지겠다.”
매킨토시의 두 작품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7월 31일까지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과 13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에서 막이 오르는 ‘미스 사이공’이다.
런던=글·사진 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