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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인복지센터' 제구실 못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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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붕만 있다 뿐이지 탑골공원하고 똑같구먼. "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노인복지센터를 찾은 趙모(77.경기도 과천시)씨는 처음엔 화려한 건물 내부 치장에 감탄했으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는 실망했다. 방마다 '준비중' 이란 푯말과 함께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趙씨는 "무료진료를 해준다더니 밥주는 것 말고는 별다른 게 없어" 라며 혀를 찼다.

서울시가 '신개념 복지관' 을 내세우며 1일 개관한 노인복지센터가 일주일 전에야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등 준비 부족으로 운영이 엉망이다. 이 복지관은 탑골공원을 성역화하면서 공원을 이용하던 노인들을 위해 건립했다.

◇ '준비 중' 인 프로그램〓개관과 함께 시작하려던 각종 프로그램들이 아직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 양.한방진료, 치과진료, 물리치료 등은 자원봉사를 할 의료진을 구하고도 일정을 맞추지 못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옥상 게이트볼장은 바닥재만 깔아놓은 상태다.

별관 사정도 마찬가지다. 샤워실과 이.미용실은 문이 닫혀 있고 1층 온돌방(30평)만 이용할 수 있다. 그나마 베개나 이불이 없어 10여명의 노인들이 그냥 맨바닥에 누워 있다. 실버타운에 관한 정보를 문의하러 왔다는 이득공(60)씨는 "규모도 크고 외관은 그럴듯 한데 껍데기만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고 말했다.

◇ 안보이는 안내원〓복지센터 운영에 필요한 인원은 26명 정도. 그러나 복지관 소속 직원은 없고 운영을 맡고 있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파견한 직원 10여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한 직원은 "인원이 너무 모자라 이것저것 물어보는 노인들에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특히 컴퓨터 교실에는 안내자가 없어 노인들은 컴퓨터를 멀뚱멀뚱 쳐다보다 그냥 돌아갔다. 노래방이나 영화관 등에도 안내요원이 없어 기계 작동이 서툰 노인들이 애를 먹었다.

◇ 점심시간만 북적〓3일 낮 12시 무료급식을 하는 1층 식당(3백50여석)에는 2천여명의 노인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시간별로 일정 인원을 정해 식권을 나눠줬으나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큰 혼잡이 발생했다.

金모(66.중구 무학동)씨는 "현재로선 여기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밥먹는 일이다보니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탑골공원 성역화 공사가 시급해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복지관의 문을 열었다" 며 "금주 말까지 당초 계획한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을 준비해 노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박지영.김태성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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