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검찰 vs AIG패밀리 … 물고물린 '보험게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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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뉴욕주 검찰이 미국 보험업계에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보험 왕국' 그린버그 가문이 위기를 맞고 있다.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달 중순 보험 가입을 알선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커미션이 오간 사실을 밝혀내고 '보험 왕국' AIG패밀리의 그린버그 3부자(父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스피처의 압력에 마시앤맥러넌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그린버그가 이미 사임했고, 보험업계의 '제왕' 자리를 지켜온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AIG 회장은 아들 제프리에 이어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스피처 검찰총장도 마시앤맥러넌의 새 CEO에게서 거액을 기부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계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칼 빼든 '월가의 보안관'=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주 검찰이 고객을 알선해주고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보험중개업체 마시앤드맥러넌을 법원에 제소하면서 비롯됐다. AIG.ACE.하트포드.뮌헨 아메리칸 리스크 파트너 등 대형 보험사 4곳이 함께 제소됐다. 스피처 검찰총장은 당시 "마시가 보험사들로부터 거액의 커미션을 받는 조건으로 고객들을 보험사에 알선해주고 지난 한해에만 8억달러를 커미션으로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보험업계는 냉철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며 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보험 왕국' 무너지나=검찰에 제소된 회사 중 3곳이 'AIG 그린버그 패밀리'다. 마시의 CEO 제프리 그린버그, ACE의 CEO 에반 그린버그는 모두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AIG 회장의 아들이다. 제프리는 지난 25일 사임했다. 스피처는 공개적으로 그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마쉬의 시가총액은 약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스피처의 공세로 AIG 가문이 입은 타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CNN머니는 "검찰의 수사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등으로 그린버그 AIG 회장의 사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79세인 그린버그 회장은 1967년부터 AIG를 이끌어온 미국 보험업계의 대표 인물이다.

◆스피처, 부메랑 맞나=25일(현지시간) 스피처 검찰총장이 마쉬의 신임 CEO 마이클 체르카스키에게서 1만8500달러를 기부받은 사실이 정치자금감시 단체에 의해 공개됐다. 이 단체에 따르면 체르카스키는 올 초 1만2000달러를 준 것을 비롯해 98년 이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1만8500달러를 기부했다.

스피처의 대변인은 "93년 웨스터체스터 카운티의 지방검사 선거캠페인 때 스피처가 체르카스키에게 수천달러를 기부했으나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상호기부를 한 셈이다.

스피처와 체르카스키는 19년간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80년대 체르카스키가 맨해튼 검찰 조사국장으로 재직 중일 때 스피처는 그의 직속부하였다. 체르카스키는 2001년 컨설팅업체 크롤의 CEO로 옮겼으나 이 회사는 지난 7월 마쉬에 인수됐다.

이에 대해 미국 재계에서는 "마쉬의 제프리 그린버그가 담합 입찰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사퇴를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7일 이런 일련의 개혁 과정에서 "스피처가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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