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경쟁력이다] 담양 대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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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담양군의 대나무바이오텍 직원들이 가마에서 나온 대나무 숯을 옮기고 있다. 담양=양광삼 기자

26일 전남 담양의 대나무바이오텍㈜. 공장 한쪽에 자리한 12m 높이의 대형 가마에서 연방 숯이 쏟아져 나온다. 이 회사는 하루 11t의 대나무를 구워 숯 4t과 죽초액(대나무 증류액) 2t, 죽력(대나무 진) 100㎏ 등을 생산한다. 숯은 냄새제거제나 토양 개량제로, 죽초액은 입욕제.화장품.비누로 만든다.

이 회사는 공장 설립 첫 해인 올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인근의 ㈜대나무건강나라는 지난 5월 스위스에 댓잎차 15만달러 수출을 시작으로 올해 대나무 잎으로 10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죽세공품으로 유명하던 담양이 사양산업으로 밀려나던 대나무를 새로운 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대나무 효능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로 뿌리.줄기.잎.수액.숯 등을 이용한 신환경 소재와 기능성 식품 등 새로운 용도로 개발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양산업에서 신산업으로=담양산 죽세공품은 조선시대부터 최고로 이름났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서면서 죽세공품은 플라스틱 제품과 값싼 중국산에 밀려 설자리를 잃었다. 대나무 밭은 과수원으로 바뀌고 대나무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죽세공품 종사 인구가 80년대 중반만 해도 3300가구에 이르렀으나 10년 새 10분의 1로 줄어들었고 지역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대나무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이 강한 만큼 상실감도 컸다. 대나무를 살려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학 협력이 모색됐다. 담양군은 94년 전남대 농대 정희종 교수팀에 대나무의 건강효능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겨 대나무의 신산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2002년 이를 새로운 지역특화산업으로 내세웠다. 생산업자와 공예가.교수.공무원 등으로 산.학.관 정보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구개발에 힘썼다. 주민과 공무원 등 400여명을 15차례에 걸쳐 중국.일본 등으로 견학을 보냈다. 전남대.조선대.동신대 등에 맡겨 ▶죽엽의 약리효능 동물실험▶댓잎차 개발▶죽초액을 이용한 냄새제거장치 이용연구▶항암 효능증가제로서 죽초액의 작용▶대나무 숯의 약리효능 평가▶대나무 수액을 활용한 건강기능성 음료 및 치료약물 개발 등의 연구를 했다.

용역 결과 대나무 잎과 죽력 등은 예부터 알려진 대로 열을 완화시켜 갈증을 없애주고 당뇨와 고혈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나무 줄기와 숯은 흡착력이 많아 새집증후군을 없애는 건축자재로서 안성맞춤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담양군은 특허 24건을 비롯, 의장.상표 등록 등 지적재산권 103건을 확보했다.

담양군은 대나무건강나라 등 7개 업체와 협약을 맺고 로열티는 매출액의 1~7%를 받고 있다. 연간 11억원 이상의 로열티로 제품의 품질 향상 등을 위해 재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3년간 담양에서 창업한 대나무 신 산업체 12곳의 올해 매출액은 17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나무 테마공원 입장료 등 관광수입만 81억원에 이른다. 기존 26곳의 죽세공품 가내공장과 점포의 판매액은 80억원 정도다.

◆다양한 신개발품=죽력과 대나무 숯의 약리 효능 평가 연구를 한 전남대 신동호(수의약리학)교수는 "대나무는 녹차나 과실에 비해 그 쓰임새가 기능성 식품에서 신약 소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해 가장 경쟁력 있는 생물산업 자원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웰빙바람이 불면서 대나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댓잎차.댓잎한과.죽염된장.대통밥.죽엽두부.죽순요리.댓잎술.대통술.죽엽청주 등 음식료품 100여종이 개발됐다. 죽초액을 이용한 병해충 방지제와 식물영양제도 나왔다. 대나무 숯 알갱이나 분말을 활용해 천연염색 제품과 토양 개량제, 기능성 비닐제품도 선보였다. 대나무 뿌리로는 목걸이.귀걸이.조각품 등을 만들었다. 조만간 벽지.페인트.장판 등 건축자재와 의류.용기도 나올 전망이다.

담양군이 순천제일대에 의뢰해 개발한 죽초액을 이용한 악취제거 설비는 악취 제거율이 97%에 이르고 활성탄이나 화학약품에 비해 비용을 30~50%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초액과 대나무 숯 가루를 넣은 사료를 먹인 돼지의 경우 고기 맛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광산업과도 연계=담양군은 대나무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대나무 축제와 포럼.세미나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대나무 세계 박람회 개최도 추진 중이다.

담양군은 지난해 초 대숲 5만평을 매입해 '죽녹원'으로 가꾸고 대나무 축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시 위주였던 대나무 박물관을 확장, 대나무 테마공원을 세우고 죽제품 체험교실과 대나무 놀이마당을 열었다.

대숲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부상하면서 관광객들도 늘었다. 수만명에 불과했던 대나무 축제(5월 1~5일) 관광객이 2003년 40만명, 2004년 60만명으로 늘었다. 또 2011년까지 죽림욕장을 갖춘 28만평 규모의 '대나무 생태공원'을 조성한다. 대나무 연구와 생산.전시.판매시설을 한데 모은 3만평 규모의 '뱀부 밸리'도 만들 계획이다.

담양=천창환 기자 <chuncw@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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