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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my LIFE] 한국화 작가 박순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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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천안시민문화회관에서 15일부터 세 번째 개인전을 갖는 한국화 작가 박순래씨.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난 3년간 박씨가 전국을 누비며 화폭에 담은 그림 26점이 선보인다. [조영회 기자]

“아이고, 뭘 잘한다고 인터뷰를 합니까? 그냥 조그맣게 내 주세요” 지난 9일 오후에 만난 박순래(63·여)씨는 손사래부터 쳤다. 아산문화원에서 막 강의를 마치고 온 그는 “유명한 작가들도 많은데 (나는)신문에 실릴 만큼 유명하지 않다”며 몇 번이나 고사를 했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 세 번째 작품전을 갖는 한국화 작가 박씨. 15일부터 천안 시민문화여성회관에서 ‘세 번째 길을 가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갖는다. 2000년 첫 전시회, 2007년 두 번째 전시회를 연 뒤 3년 만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모두 26점이 선보인다. 지난 3년간 전국을 돌며 그린 그림들이다. 붓을 든 작가 모두가 그렇듯 박씨 역시 작품 하나하나에 자신의 혼과 열정이 담겨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Q: 세 번째 전시회다. 소감은.

“처음 붓을 들었을 땐 작품전이나 전시회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그림이 좋아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한 계단을 오르고 나서 또 한 계단을 오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수준이 높아지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게 됐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내 작품을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감상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주변에서)도와준 많은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Q: 전시회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봄 나들이Ⅰ과 향연Ⅱ다. 봄 나들이Ⅰ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작년 5월 쌍계사에서 그린 작품이다. 벚꽃과 푸른 녹차밭이 조화를 이뤄 보는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향연Ⅱ는 외암리 민속마을에서 그린 그림이다. 돌담 위로 햇빛을 받은 넝쿨장미가 피어 저절로 걸음이 멈춰졌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런 풍경이 그대로 화폭에 담겼다.”

Q: 언제 그림을 시작했나.

“30년 전이다. 처음엔 사진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을 많이 뺏기고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 당시는 솔직히 뭣도 몰랐다. 그림에 빠지고 나서 유명한 분들을 사사하기도 했다. 목포에 계시던 남농 허간 선생을 비롯해 화정 김무호 선생, 이화여대 오용길 교수 등에게도 지도를 받았다.”

Q: 사사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처음 그림을 배울 때 남농 선생을 뵙기 위해 기차를 타고 천안과 목포를 오갔다. 30대 초반의 새댁이 겁도 없었다. 밤 12시 기차를 타고 내려가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림을 배우고 밤 기차를 타고 다시 올라왔다. 그러기를 4년이나 했다. 새벽에 천안역에 도착하고 나서 가게(문구점)가 있던 신부동까지 걸어오는 데 무섭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랬나’라는 생각이 든다.”

Q: 뒤늦게 대학을 마쳤다.

“2000년 대 초반 방송통신대학(청소년상담지도학과)을 졸업했다. 배움이 부족한 것 같아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호서대 여성문화복지대학원에서 전통문화와 청소년의 정서순화를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들 알다시피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서가 크게 함양된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 생각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Q: 작품활동 무대가 전국이다.

“처음엔 천안과 아산 주변 위주로 다녔다. 다양한 소재를 찾기 위해 전국의 명소를 찾았다. 멀리 구례 쌍계사까지 갔다. 이번 전시회에도 쌍계사의 봄 풍경을 그린 그림이 선보인다. 인근 지역도 많이 소재에 오른다. 아산의 외암리 민속마을이나 현충사도 좋은 소재다.”

Q: 여러 군데 강의를 나간다.

“요즘은 온양문화원과 천안시민문화회관, 충남평생교육원 등 3곳에서 강의를 한다. 대개 10~15명 정도가 수강을 한다. 지난해엔 호서대 평생교육원(학점은행제 교양과목)에서도 강의를 했다. 처음 강의를 한 것은 18년 전 천안시민문화회관이다. (내게서)배우고 나서 강의를 나가는 수강생도 있다. 50여 명 정도는 전시회(단체전 포함)도 열었다. (나도)아직도 배우고 있는데 수강생들이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으면 흐뭇하고 뿌듯하다.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하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박순래 작가 이력 및 수상경력

·2004 호서대 석사과정 졸업(문학)
·2007 제1회 한국화 개인전(천안)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입선·특선
·충남미술대전 한국화 입선·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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