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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금지법은 좋은 법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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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린 딸들만 위험한 건 아니다. 여대생·주부가 50, 60대 남자들에게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사건도 있었다. 8세 여아를 강간해 치명적인 상해를 가했던 조두순도 50대다.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만 성폭행을 저지르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범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전자발찌를 채우는 등의 사후대책이 줄줄이 발표된다. 그런데 그걸로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번 손들어 보시라. 그럼 예방 대책이 있냐고? 아니, 없다. 지금 같은 한국 풍토에선 말이다. 물론 김길태는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커 이런 범죄까지 줄이기는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원인을 잘 분석해 보면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나올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인 분석 중엔 ‘남자들의 성욕’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적 풍토를 꼬집는 내용도 있다. 실제로 남자들이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데 부끄러움이 없는 나라다.

이 나라엔 ‘성매매금지법’이 있다. 여성계 투쟁의 산물이다. 우리나라 성문화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대응도 과격할 수밖에 없었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도 큰 목적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그 결과는? 성매매가 지하로 숨어들면서 비용이 높아졌다. 가난하고, 소외된 젊고 늙은 남자들이 적당한 비용으로 성욕을 해결할 곳이 없어졌다. 이게 잠재적 성폭행 범죄자의 수를 늘리는 건 아닐까.

성매매 여성들이 행복해졌다면 보람은 있다. 그런데 미국 국무부는 한국을 ‘성(性)수출국’으로 분류했다. 한국의 성매매 여성들은 ‘자발적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일할 곳을 찾아 밀입국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코리안 비즈니스’라는 말도 있다. 세계로 뻗어나간 한국의 성매매 산업을 이르는 말이다. 오지인 몽골조차 ‘코리안 비즈니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돌 맞을 생각이지만, ‘홍등가가 여염집 규수의 정조를 지킨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또 이런 의문도 생긴다. 성욕 왕성한 남자들이 사는 나라에서 ‘성을 사는 것은 나쁜 짓이니 억제하라’고 아무리 훈육을 한들 통할까.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은 진정 보호되고 있는가. 오히려 이 땅을 떠나 밀입국까지 감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성매매금지법은 좋은 법일까?

양선희 위크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