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은행 지분 매각 시작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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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이 10일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매각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고 밝혔다. 클레인 행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이날 열린 이사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일단 매각 주간사를 선정한 뒤 몇 개월에 걸쳐 모든 후보와 협상을 할 것”이라며 “현재 우선협상대상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진은 외환은행 점포망 확대 의지를 갖고 있는 대주주를 찾아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미국 사모펀드)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지난해 10월 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우리에게 ‘(외환은행을) 팔고 싶을 때 팔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6개월에서 1년 내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지난달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한국 시장에서 론스타가 올린 이익에 대한 정치적인 이슈들이 있었지만 모두 해결됐다”며 “6개월 내로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현재 국내에선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산은지주 등이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KB금융이 4월 이후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면 본격적인 외환은행 인수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6월까지는 정부가 우리금융의 민영화 계획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하반기엔 금융회사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론스타는 2006년 6월 국민은행, 2007년 9월 영국계 HSBC와 계약을 했지만 외환은행 불법 매각 논란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지분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2조1548억원을 들여 외환은행 지분 64.62%를 인수했다. 2007년엔 지분 13.6%를 1조1928억원에 처분했고 지금까지 배당금으로만 8560억원을 챙겼다. 세전 기준으론 투자 원금의 95%, 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고려하면 원금의 84%를 회수했다.

10일 현재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은 8조6740억원으로 론스타가 보유한 지분(51.02%)의 가치는 4조4255억원에 달한다. 30% 정도를 쳐주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할 경우 매각 대금은 5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론스타는 이 매각 대금의 대부분을 이익으로 챙기게 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경우 국세청이 매각 차익을 과세하느냐의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의 펀드는 벨기에에 있으며 한국과 벨기에의 조세조약에 따라 주식 투자로 얻은 이익은 과세할 수 없다. 다만 론스타가 한국 내 고정사업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한국 측이 과세를 할 수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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