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재정 거덜 나는데… 건보공단 '돈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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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정 파탄 위기에 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朴泰榮)이 2백19개 공기업 중 마지막까지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최근 정부의 강력한 권고로 뒤늦게 누진제 폐지를 결정, 퇴직금 정산작업에 들어가면서 이미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직원들까지 입사연도부터 다시 누진율을 적용키로 해 문제가 되고 있다.

◇ 퇴직금 변칙 지급 합의=공단은 최근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결정, 이달 말부터 중간 정산금을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 노사 합의과정에서 1997년 이후 이미 중간정산을 받은 2천5백여명 안팎의 직원들도 다시 입사연도부터 누진율을 계산해 주기로 했다.

공단 노사협력실장 조우현씨는 "대신 이미 받은 중간정산금은 공단 대여금으로 전환, 사원들이 연 3%의 이자를 내기로 합의했다" 고 밝혔다. 이 경우 직장의보 출신 10년 근무자의 경우 2백만~5백만원을 더 지급받는 등 추가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공단측은 추산했다. 공단 관계자는 "누진제를 폐지하지 않아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예산이 1천6백억원에 이르게 돼 누진제 폐지 조건으로 노조측 요구를 수용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다른 공기업들도 유사한 보상을 한 것으로 안다" 며 "수당 신설 등의 방법을 복지부에서 반대해 이 방식을 택했을 뿐" 이라고 말했다.

◇ 적립금은 절반에 불과〓그나마 직원의 반을 넘는 지역의보 노조와는 아직 합의도 못한 상태다. 공단 관계자는 "전직원 1만1천여명의 퇴직금 정산에 필요한 돈은 약 2천4백억원" 이라며 "그러나 퇴직금 적립액은 1천2백억에 불과한 형편" 이라고 밝혔다.

◇ 비싼 사무실 입주〓건강보험공단 서울 서초지사는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건물 9층 4백90여평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직장의보와 지역의보가 합쳐지면서 이 곳으로 옮겨왔다. 사무실 임대보증금은 69억원으로 기존 두 사무실 임대보증금(약 26억원)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지사측은 "늘어난 인원(1백39명)을 수용할 넓은 사무실이 부근에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었다" 며 "싼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직영병원 약품 제한 입찰 논란〓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22일 공단이 직영하는 일산병원이 23일 예정된 의약품 입찰에서 상당 품목을 특정 제약사 제품으로만 제한해 실질적인 '제한 입찰' 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산병원 관계자는 "대체의약품을 찾아 입찰공고를 다시 내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공단측은 지난 19일 1백억원 규모의 의약품에 대한 입찰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현목.조민근.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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