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7일 실시된 이라크 총선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로켓포까지 동원한 반정부 무장세력들의 테러로 38명이 숨지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 자체는 무사히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은 평가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오바마 행정부의 향후 전략을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7일(현지시간) 한 여성 유권자가 투표를 마친 뒤 잉크가 묻은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테러속에서도 선거에 임한 이라크인에게 찬사를 보냈다. [바스라 AFP=연합뉴스]
오바마 정부는 이번 총선이 큰 탈 없이 진행됐다는 걸 미국의 개입에 따른 이라크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연결하고 싶어한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공격의 주된 동기로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 정보가 부정확한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도덕적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터라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외교’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미국의 이미지 개선”이라며 “이라크가 정상적인 민주 절차를 밟아가는 모습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라크 총선 과정에서의 정상적 진행에 무게를 두는 건 그래야만 이라크 문제를 접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집중할 수 있는 까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8월 철군을 시작, 내년 말까지 이라크 내 모든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시간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 전제로 “이라크 내 민주선거의 정착”을 들었다.
한편 이라크 상황은 아프간전의 성패와 상관 관계를 갖는다. 이라크 미군을 아프간 전장으로 이동시켜 탈레반 세력 및 알카에다 조직 소탕에 투입해야 전세를 뒤엎을 공산이 큰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보안군이 총선 과정에서 강화된 치안 능력과 전문성을 보여준 만큼 계획대로 내년 말까지 모든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미 군사력을 아프간전에 집중할 것임을 명백히 한 셈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바람대로 이라크 상황이 향후 안정 일변도로 전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군의 철수 시점과 맞물려 반정부 무장세력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경우 기존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