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언론] 2. 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교수 : 오늘날 미국을 움직이는 가장 위대한 힘은?

학생A: 여론.

교수 : 여론을 형성하는 원동력은?

학생B: 언론.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스리 스리나스 교수가 신학기 첫 강의시간에 학생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중하나다.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언론사라고 해서 외부 압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리나스 교수는 미국에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중요한 사례를 들었다. 닉슨 행정부 시절 워싱턴 포스트 (http://www.washingtonpost.com)가 운영하는 플로리다주 소재 방송국 두 곳의 면허갱신과 관련, 정부가 연방커뮤니케이션위원회(FCC)를 동원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를 상대로 회유와 협박을 거듭하다 안되자 방송국 면허갱신 불허라는 카드로 워싱턴 포스트의 경영을 압박한 것이다.

스리나스 교수는 "닉슨은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부인하고 (언론 길들이기라는)값싼 해결책을 추구하다 결국 사임이란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의 명예회장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는 "당시 닉슨 행정부가 워싱턴 포스트의 위상을 떨어뜨리기 위해 경쟁지에 기사거리를 우선 제공하는 등의 차별정책을 폈지만 가장 위협적인 것은 플로리다주 소재 방송국들에 대한 면허갱신 불허 협박이었다" 고 훗날 밝혔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해도 언론은 무릎을 꿇지 않고 더욱 당당히 대응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언론사 소유지분을 제한한다거나 신문편집권 독립을 위한다며 편집위원회를 구성토록 하는 등 언론사 논조에 간섭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단지 언론사가 주주 소유지분을 처음 신고할 때 사실대로 신고하면 그만이며 지분을 몇%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없다. 언론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정치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샨 넬슨(35.뉴욕 맨해튼 거주)은 "기사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 이라며 "언론과 독자의 역할이 분명한데 이를 왜곡하려는 권력의 외압 시도는 발붙이기 어렵다" 고 말했다.

하지만 자율권 못지 않은 책임과 의무가 미국 언론과 기자 개개인에게 있다. 미 NBC방송(http://home.nbci.com)의 간판 앵커 톰 브로커는 최근 미 정치재단 등이 주최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포럼에서 보도의 책무를 이렇게 정의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가려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에 대한 확인 여부다. "

뉴스위크(http://www.msnbc.com) 토니 에머슨 국제부장은 "확인되지 않은 기사는 존재할 수 없다(without confirmation, not news at all)" 고 힘주어 말했다.

뉴욕 타임스(http://www.newyorktimes.com) 니컬러스 크리스토퍼 편집국 부국장도 "미국에서 확인 없이 기사를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잘못된 기사에 대해선 반론권을 주거나 정정란을 통해 해명기회를 준다" 고 밝혔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