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후배들 10년전 영광 재현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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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남북한 단일팀이 출전했던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의 주역인 현정화(32)한국마사회 여자 탁구팀 코치. 세월이 흘러 당시 '피노키오' 라고 불리던 22세의 앳된 모습이 가시고 결혼해 이제는 출산을 앞둔 만삭의 몸이다.

10년 전 4월 29일 3시간40분의 사투 끝에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던 장면이 가끔씩 꿈에 나타난다는 현코치는 "제일 많이 울었던 날" 이라고 회고한다.

남북한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헤어지던 날 현코치는 친언니처럼 가까워졌던 북한의 이분희 선수와 새끼 손가락을 걸며 "우리 또 한번 같이 뛰자" 고 굳게 약속했다. 현코치는 "다음 대회에서도 단일팀이 구성될 줄 알았는데 결국 10년이나 걸렸다" 고 말했다.

당시 단일팀은 한달여 짧은 기간 합동훈련을 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다.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남북한 탁구 용어도 달랐다. 북한 조남풍 코치의 "쳐넣기에 좀더 신경써라" 는 지시가 무엇인지 몰라 당황하기도 했다. 알고보니 북한 탁구 용어로 쳐넣기는 서브를 뜻했다.

현코치는 "남북한이 한 팀을 이루면 기술적 전력이나 정신력에서 큰 보탬이 된다" 며 "후배들이 10년 전 영광을 재현하기 바란다" 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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