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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발표력 키우기

중앙일보

입력


“화성의 표면엔 물이 흐른 흔적이 있어 생물이 살았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박유상·서울 신도림초 4)

지난 달 23일 봉천동의 한 학원. ‘지구와 화성’이란 주제로 초교 4학년 학생들의 발표토론수업이 한창이다. 지구를 설명하는 화면에는 푸른 바탕화면이, 화성을 설명 할 때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등 재치 있는 발표자료가 준비됐다. 발표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학교 수업 대부분이 발표토론수업이기 때문에 발표력이 늘면 수업에 더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며 “공부습관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독서토론으로 논리력과 어휘력부터 늘리자

한국스피치센터 손석호 원장은 “발표력을 단순히 말 잘 하는 능력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글쓰기처럼 발표에도 ‘서론본론결론’의 이야기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서론에선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본론에서 핵심내용을 푼다. 결론은 내용을 요약하며 청중에게 여운을 남길 수 있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이런 구조가 탄탄하지 못하면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선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실속이 없는 것이다.

그는 ‘짜임새 있는 발표’를 위해선 “평상시의 독서토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독서로 배경지식과 어휘력을 쌓을 수 있고, 토론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짜임새 있는 말하기능력’이 키워진다는 설명이다. 독후감과 요약하기 등 글쓰기 훈련으로 구조를 짜는 연습을 하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퓨처키즈 보라매센터 안윤경 센터장은 “독후감을 쓴 후엔 가족 낭독회를 열어 발표기회를 줘야 한다”며 “가족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회의나 낭독회 땐 사회자를 정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좋다. 가족 외의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듯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발표때 핵심단어 메모장을 활용하라

안 센터장은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자신감 있는 발표의 시작”이라며 “철저한 자료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에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적극적인 표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료조사를 할 때는 예상 질문을 생각해 풍부하게 자료를 수집한다. 예컨대, ‘신라의 예술작품’이 주제라면 ‘백제고구려의 것과 비교해 어떤점이 특이한가?’라는 질문을 예상하고 비교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조사하는 식이다.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으면 발표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효율적인 발표를 위한 기술적인 부분이다. 손 원장은 “발표 때 ‘핵심단어 메모장’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내용을 표현하는 단어만을 따로 빼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당황했을 때 곧바로 끊긴 부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신혜민(서울 보라매초 6)양은 학교 발표 때 ‘핵심단어 메모장’을 자주 활용한다. 신양은 “내가 취할 손짓과 제스처까지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며 “그림이나 그래프가 사용될 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기자 놀이로 가족끼리 발표 연습하면 효과 2배

발표력 향상을 위해선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신양의 어머니인 엄진희(41)씨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으로 ‘기자 놀이’를 추천했다. 신양이 기자가 돼 뉴스를 전하면 어머니가 캠코더로 찍는다. 가족이 함께 시청하며 자녀의 발표 습관을 고쳐주고 시사이슈에 대해서도 토론한다. 엄씨는 “뉴스 앵커처럼 따라 하다 보면 똑바로 서서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이 된다”며 “체험학습과 연계해 보고서를 영상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연극영화놀이도 아이의 자신감을 길러주는데 좋은 소재다. 가족이 함께 연극영화를 보고 난 후 역할을 나눠 상황을 재연한다. 부모는 관객이 되고 자녀들이 주인공이 돼 긴장감 있게 상황을 연출한다. 이렇게 연극영화 속 장면을 따라 하면 다양한 손짓과 제스처의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 가족신문 만들기, 소설시 낭독회도 가족간의 자연스런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발표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안 센터장은 “가족이 함께하는 놀이는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녀에게 말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서울 봉천동의 한 학원에서 진행된 발표토론 수업에서 초등 4학년 학생들이 ‘지구와 화성’이란 주제로 PPT를 제작해 발표하고 있다.

<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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