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유통 현대화 사업' 정부·업계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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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중음악 발전을 위해 음반 유통구조의 현대화가 절실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본지 2월 28일자 15면>

정부는 1999년 수립한 '음반유통.물류구조 현대화 사업 계획' 과 지난해 사업 주체로 지정한 ㈜KRCnet를 중심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주요 음반 제작.유통사들은 "사업주체와 방향에 문제가 많다" 며 사업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주 중앙일보사에서 진행된 대담에는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 김재원 과장, 도레미레코드 조경우 이사, 문화개혁시민연대 이동연 사무차장이 참가했다. 문화부 게임음반과 김현승 사무관과 도레미레코드 황인서 이사가 배석했다.

김재원 과장=음반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많이 투명해졌다곤 하지만 음반 매출·판매량 통계 자체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특히 도매상 이하 유통 과정에서 무자료 거래 등이 여전하다. 업계의 영세성이 큰 이유지만 정상적인 유통으로는 이윤이 안 나는 유통구조 탓도 있다.

조경우 이사=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한다.다만 일선 매장이 점차 대형화하면서 없어져 가는 추세다.유통의 투명성 문제는 음반 뿐 아니라 모든 공산품에 해당하는 문제다.세제도 문제다.음반 역시 책처럼 문화상품으로 인정해 부가세가 없어지거나 축소되길 바란다.

이동연 사무차장=최근 3년 사이 전국의 음반 소매점이 1만 개에서 3천여 개로 줄었다. 소매상 문제는 시민의 문화 접근을 쉽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봐야 하며 소매상을 살리기 위해서도 유통 구조 개선은 필요하다.

조=문화개혁시민연대가 관련 포럼을 개최하면서 주요 제작사들이 무자료 ·수기 거래를 하고 있다는 자료를 냈는데 이는 사실 무근이거나 과장됐다.업계는 투명화 의지가 있고 노력중이다.당장 지난달 매출을 공개할 수도 있다.

김=매출 통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업체도 있는 게 사실이다.규제 개혁 철폐 이후 정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일부 업체의 자료 비공개에는 의구심이 간다.

이=충분한 현장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그러나 소매상의 반품 불가 문제 등이 심각한 게 현실이다.

조=히트 음반의 경우 선주문에 허수가 많은 점을 감안해 공급량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

이=문화 다양성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약자인 독립 레이블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있어야 하며 유통도 같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조=현실적으로 많이 팔리지 않는 음반의 제작 ·유통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김=지원 확충 방안을 앞으로 더 고민하겠다.

김=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기본 방향은 물류 비용 축소와 투명화다. 이를 위해 공동 물류 센터를 만들고 표준 바코드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KRCnet에 모든 제작 ·유통업체가 참여하기를 바란다.

조=정부 안은 현재의 시장 구조를 무시한 것이다.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 주요 제작 ·유통사에게 신생 유통 업체에 작은 지분으로 참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부의 안대로라면 결국 또하나의 거대 도매상이 만들어지고 물류 비용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김=반강제적인 참여 유도는 없다.지분 문제는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한두 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것은 무리다.새 유통 구조가 정착되면 물류 비용도 궁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조=제작 ·유통업체들은 투명한 자체 물류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지 않았다면 업계가 얼마나 자율적으로 노력했을지 의심스럽다.

조=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 실패할 경우 유통망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음반산업이 입을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검토를 계속하겠지만 주요 제작사가 참여하지 않아도 기본 사업 방향은 일단 그대로 유지한다.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업계가 자율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공청회를 통해 원점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정리=최재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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