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비인기학과' 전과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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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방대학의 이른바 '비인기학과' 들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취업난의 여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전과(轉科)제도로 인해 재학생들까지 대거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충남대의 경우 올해 새학기를 앞두고 학과(부)를 바꾼 사람은 2, 3학년생 2백97명으로 전과 제도를 처음 도입한 1997년(78명)의 3.8배로 늘었다.

그런데 전입자의 절반에 가까운 1백46명이 ▶경상계열(73명) ▶정보통신공학부(27명) ▶기계선박항공계열학과군(24명) ▶법정계열(22명)등 취업률이 각각 80%를 넘는 인기 학과에 몰렸다.

이들 가운데 특히 정보통신공학부는 올해 취업추천 의뢰서가 졸업생 수보다 많을 정도로 취업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출 학생은 농과대학이 9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문과대학(75명) ▶자연과학대학(62명) ▶공과대학(44명) ▶사회과학대학(16명)의 순이었다.

목원대도 올해 전과한 55명 가운데 12명이 취업에 유리한 영문학과로 전공을 옮겼다.

또 9명은 이 대학이 특성화하고 있는 건축도시공학부로, 6명은 3~4학년 때 무조건 현지 유학을 떠날 수 있는 국제통상중국학부등으로 학과를 바꿨다.

배재대 역시 전과자 61명중 가장 많은 23명이 최근 3~4년간 취업률이 1백%에 달한 관광경영학과로 전공을 바꿨으며, 8명은 취업전망이 밝은 컴퓨터 전자정보공학부로 옮겼다.

배재대 수학과 1학년생 朴모(20)양은 "취직이 잘 안되는 순수학문이나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상당수 친구들이 2~3학년 때 취직이 잘 되는 학과로 옮기기 위해 입학 직후부터 희망 학과 전공이나 영어만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충남대 관계자는 "학부(과) 정원의 20%이내에서 전과를 허용하기는 하나 취직이 잘 안되는 이른바 비인기학과들은 학생 유출 현상이 심해 교수들조차 동요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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