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대졸 직장인을 모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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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북 경주시의 서라벌대학 장례풍수과는 1학년 학생 40명 가운데 85%인 34명이 이미 4년제나 전문대를 졸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25세 이상으로 직장 등 사회생활 경험을 갖고 있다.

전주 기전여대의 케어복지과(어린이집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양성)는 147명 중 121명(82%), 대전 혜천대학의 주택부동산행정학과는 40명 중 32명(80%), 창원전문대의 장례지도과는 38명 중 23명(61%)이 이런 학생들이다.

고3 학생을 수도권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 빼앗겨 운영난을 겪고 있는 지방 전문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전략을 확 바꿔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고3생에 집중됐던 학생 모집 타깃을 경제난 속에 '현직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사회인'으로 발빠르게 옮기고 있는 것이다.

서라벌대학 정옥교 학장은 "예전처럼 고3만 기다리다간 학교 문을 닫게 될 처지"라며 "학생 모집에도 신규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년제와 달라야 산다=서라벌대학은 올 들어 정원 421명의 '소자본 창업학부'를 신설했다. 이 학부의 학과들은 피부관리실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마케팅 기법을 가르치는 피부관리과.헤어디자인과.장례풍수과(장례.풍수.상조).펫숍과(애견센터).외식조리과(식당).웨딩컨설팅과(예식.중매.혼수.여행) 등으로 구성됐다. 학과 명칭부터 개인창업 희망자의 구미에 맞췄다. 대신 신입생 모집에서 4년제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환경공학과.자동차과 등 6개 학과를 폐지하거나 정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새 시장 개척=입시철마다 교수들이 전국의 고교를 찾아다니며 졸업생을 보내달라고 읍소하는 방식의 홍보 전략도 바뀌었다.

기전여대는 각종 사회단체.기관에 입시 홍보 자료를 보내고, 교수들이 기업체 사보에 학교 홍보성 기고를 하는 등 신입생 마케팅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치위생사 등 자격증 시험과 관련있는 업종별 협회.기관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강사로 끌어들이는 등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드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학생 부족난에서 탈출=서라벌대학은 지난해 21.2%에 그쳤던 전문대졸 이상 학생의 비율이 올해는 전체의 31%(458명)로 늘어났다. 그 때문에 고졸 입학생이 32%나 줄어들었지만 등록률은 74%를 넘어섰다. 효과는 2005학년도 수시모집에서도 이어져 소자본창업학부 합격자 273명 가운데 236명(86%)이 전문대졸 이상의 학생들이 차지했다.

기전여대는 재취업 희망 학생이 몰려들면서 케어복지과.치위생과 등이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자 과학실험요원과(실험실 보조교사 양성).여성공무원양성과를 잇따라 신설했다.

기전여대 이명재 교수는 "취업난 시대에 맞춰 자격증 취득 위주로 학과를 개편했지만, 기성 사회인들이 이렇게 많이 몰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기원.김상진.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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