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버린, SK에 임시주총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SK그룹과 외국인 대주주가 내년 3월 SK㈜ 정기주총을 앞두고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외국인 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자격을 놓고 이의를 제기하자 회사 측은 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래픽 크게보기>

SK㈜의 2대 주주(지분 14.99%)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25일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 이사회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제임스 피터 소버린 자산운용 대표는 "임시주총에서 정관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이사는 직무수행을 정지하고, 선고가 확정되면 자격을 상실한다'는 내용을 넣어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는 28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소버린의 임시주총안을 안건으로 올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 측은 "소버린의 요구가 지난 3월 주총 때 이미 부결된 사안"이라며 "같은 안건으로 또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것은 '경영권 흔들기'"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 6월 서울지법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2심 계류 중이며, 최 회장은 9월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임시주총 요구는 지분 1.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가능하다.

이원호.최익재 기자

[뉴스분석] 적대적 M&A보다 주가 올리기 ?

한동안 잠잠하던 소버린이 갑자기 SK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다. 소버린은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재계와 증권가에선 여러 다른 분석이 나온다. 연말을 앞두고 고배당을 받을 목적이라든가, SK 주가를 띄워놓고 내년 중 일정한 시기에 차익을 챙기려는 목적(그린메일)이란 해석 등 다양하다. SK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중 어느 것이든 소버린은 SK의 오너인 최태원 회장을 겨냥했다. 소버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는 형사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사는 형의 선고가 확정될 때까지 직무수행을 정지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 이사 중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회장뿐이다. SK 측은 "현재 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고, 내년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최 회장을 벼랑 끝으로 몰아 이득을 보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소버린의 속셈이 그린메일과 적대적 M&A 중 한쪽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SK㈜는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는다. 이 중 소버린의 지분율은 14.99%로 2대 주주다. 반면 최태원 회장 등 SK 측 지분(특수관계인 및 계열사)은 17.56%에 불과하다. 우호지분을 합치면 소버린과 SK 측은 각각 30% 남짓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할 경우 어느 쪽이 이길지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소버린이 공격을 시작한 것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얘기다. SK 측도 진작부터 이런 점을 우려해 정부 측에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방지할 효과적인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버린이 굳이 임시주총을 소집하면서까지 지난 3월 정기주총 때 부결됐던 안을 다시 들고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임원의 퇴진 요구는 세계 어느 기업에서도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적대적 M&A보다는 주가 상승을 기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소버린 측은 "경영진의 윤리성과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임시주총을 요구했을 뿐"이라며 "지난 3월 주총 이후 7개월간 이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적대적 M&A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한도부터 먼저 없애고, 적대적 M&A 관련 법제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