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릉 미스터리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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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릉에서 베일에 싸였던 북문(北門)의 존재가 처음 확인됐다고 서안만보(西安晩報)가 5일 보도했다. 이로써 2000년 이상 묵은 진시황릉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가 이번 발견으로 풀리게 됐다고 중국 고고학자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산시(陝西)성 고고연구원이 최근 진시황릉에 대한 원격 탐사를 벌인 결과 진시황릉의 외성(外城)에 북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로써 진시황릉이 4개의 대문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탐사작업에 관여한 장중리(張仲立) 산시성 고고연구원 부원장은 “그동안 학설이 분분했으나 이번에 북문의 존재를 포함한 진시황릉의 구조가 구체적으로 확인됨으로써 황릉의 좌향(坐向)을 둘러싼 해묵은 의문이 풀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역사학계에서는 진시황릉이 좌서조동(坐西朝東), 즉 서쪽에 누워 동쪽을 향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통설로 되어 있었다. 이는 중국 역대 황제들의 능이 좌북조남(坐北朝南)의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과 달라 학계에서는 그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일부 학자는 중국 대륙의 서쪽에서 일어난 진(秦)나라가 동쪽 6개국을 정벌하고 천하를 통일한 뒤에도 동쪽을 계속 주시하고 억누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일부 학자는 진시황이 생전에 찾지 못한 불사(不死)의 선경(仙境)이 동쪽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죽어서라도 선경을 찾겠다는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진시황릉의 내성과 외성 사이에 길이 1.6m, 너비 23㎝, 두께 11㎝의 후실(後室)을 갖춘 2기의 한대(漢代) 초기 순장 고분도 새롭게 발견됐다. 이 고분들은 1.6m짜리 장방형 벽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여기서 발견된 벽돌은 지금까지 중국의 고분이나 갱에서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완전한 형태이자 가장 큰 벽돌일 것으로 고고학계는 보고 있다.

진시황릉은 기원전 246년부터 36년에 걸쳐 70만 명이 동원돼 건설된 거대한 지하 황릉이다. 동쪽 외곽에서 발견된 병마용과 더불어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중국은 현대 기술로는 진시황릉의 완전한 복원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전면적인 발굴을 유보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첨단기술을 동원한 원격 탐사를 통해 진시황릉의 경계와 구조, 깊이, 보존 상태 등을 조사해 왔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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