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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중독·왕따 후유증 신종 정신질환 범죄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중.고교 때 집단 따돌림을 당해 정신이상 증세 발생→불특정 행인에 폭력 등 전과 3회→기도원에서 요양 받다 탈출→어머니 폭행 후 방화' .

소방관 6명을 숨지게 한 서울 홍제동 방화사건 피의자 崔모(30)씨의 행적이다. 정신질환 증세가 나타난 이후 병원 몇 군데를 전전하다 1996년 이후 치료를 중단했다. 崔씨의 어머니는 "형편이 어려워 기도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며 "1년 후 아들이 기도원을 탈출했고 그후 증세가 더 악화했다" 고 말했다.

'인터넷 중독' 과 '왕따' 등 새로운 사회현상에 따른 신종 정신질환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제대로 구별 못하게 하는 인터넷 등 사회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 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환경변화가 부르는 신종 정신질환〓 "가족의 해골을 보고 싶다. "

지난 5일 친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3생(14)이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중학 진학과 함께 폭력적 인터넷 게임에 심취해온 그는 "장래에 살인 청부업자가 되겠다" 는 말도 하고 다녔다. 먹고 남은 닭뼈와 돼지뼈를 방안 책꽂이에 진열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도 해왔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연세대 의대 민성길(閔聖吉.정신과)교수는 "인터넷 중독에 따른 강박장애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최근 크게 늘었다" 고 진단한다. "이럴 경우 현실과 가상세계를 분별하지 못하는 일시적 착란에 빠지게 되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매우 커진다" 는 경고다.

인터넷 중독 상담 홈페이지(http://netmentalhealth.fromdoctor.com)를 연 김현수(金鉉洙.정신과)박사도 "최근 병적인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사.학부모들의 문의가 한달에 60~70건으로 지난해의 두배" 라고 전했다.

◇ 늘어나는 정신질환성 범죄〓전문가들은 최근 대구의 고교생 폭탄테러, 자살사이트 심취자들의 자살이나 청부살인 등도 정신질환성 범죄에 포함시키고 있다.

지난 4일 전남 목포의 여관에서 발생한 30대 회사원과 두 여대생의 동반자살이 대표적이다. 회사원 李모씨는 수첩에 적은 유서에서 '우린 미쳤어. 우리를 동해바다에 뿌려주세요. PM 4시44분 탄생의 거룩한 장막을 내립니다' 고 했다.

연세대 김동노(金東魯.사회학)교수는 "사람끼리의 대면 접촉이 줄면서 심리적 황폐화가 범죄로 연결되는 것" 이라고 진단했다. 공주치료감호소 김진우(金鎭右)입출소 계장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로 치료감호소에 입소하는 사람이 매년 10% 가량 는다" 고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전형적 정신질환인 정신분열증의 경우 전국적으로 매년 약 1만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한다. 정신병적 우울증은 전국민의 3~6%.신경병적 우울증 등 기분장애까지 합하면 전체인구 중 남성의 10%, 여성의 20%에 이른다. 정신질환은 이제 일부의 얘기가 아니며, 본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조민근.홍주연.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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