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곳이 삼겹살 구이집 맞아□'
서민의 대표적인 술안주 삼겹살. 퇴근길 샐러리맨을 유혹하는 삼겹살 구이집은 찌그러진 드럼통 식탁과 진한 고기 굽는 냄새,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울 중구 다동 삼성화재 빌딩 뒤편에 있는 삼겹살집 '마라' 는 색다른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다.
상호부터 묘한데 밖에서 언뜻 봐선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착각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주홍 불빛의 조명과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젠(Zen.禪)스타일의 깔끔한 테이블과 실내장식으로 차분하고 고상한 분위기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도 젊은 여성들이 많아 혹시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다.
밤이면 술꾼들이 휘청거리는 무교동 뒷골목에 '삼겹살 카페' 또는 '삼겹살 레스토랑' 으로 업그레이드된 삼겹살집이 등장한 것이다.
이 집의 주메뉴는 생삼겹살(1백50g에 7천원)숯불구이. 얼리지 않은 신선한 삼겹살을 두툼하게 썰어낸다.
개인별로 고추장, 파무침과 3가지 찍음장(참기름 소금장.청양고추 간장장.부추 양념장)이 나오고, 다른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마늘.쌈장.풋고추.상추.깻잎 등 고기쌈거리도 곁들여진다.
알맞게 익은 삼겹살 한점 한점의 맛이 찍음장에 따라 달라진다. 참기름 소금장에 찍으면 고소하고 짭짤하며, 청양고추 간장장은 매콤하고 달콤하며, 부추양념장엔 새콤하고 산뜻하다. 살점이 두툼해 삼겹살 특유의 맛을 넉넉히 씹으며 즐길 수 있다. 이 곳은 특히 뚝배기 된장찌개와 뚝배기 계란찜, 옥수수 알갱이 철판구이가 밑반찬으로 나오는데 계란찜과 된장찌개는 삼겹살을 먹는 중간중간 느끼한 맛을 달래는데 그만이다.
특히 된장찌개는 양파가 많이 들어 있어 단 듯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특징. 기름.냄새.연기가 식탁 아래로 빠지도록 만들어 연기나 냄새 걱정이 덜하다.
식사거리로 멸치국수(2천원)가 있는데 술로 채워진 뱃속의 알콜 농도를 낮추는 데 안성맞춤. 국물만 마셔도 다음날 숙취로 인한 고생을 덜 수 있을 만큼 시원하다.
유지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