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쇠창살 감금 매춘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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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0여년 동안 쇠창살이 설치된 주택에 접대부들을 가둬놓고 윤락행위를 시켜온 4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3일 충북 청원군 S주점 주인 李모(42)씨 부부 등 세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임신한 접대부들에게 불법 낙태시술을 한 혐의로 충북 청주시 E산부인과 원장 李모(5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李씨 부부는 1989년부터 최근까지 주점(속칭 방석집)을 운영하며 접대부 13명으로부터 화대 등 15억1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수사 결과 李씨 부부는 접대부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이들의 방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고 자물쇠로 잠그는가 하면 임신한 접대부 세 명을 아홉 차례에 걸쳐 강제로 낙태수술받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李씨 등이 임신한 접대부들에게 낙태수술을 받은 당일에도 윤락행위를 하도록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 밝혔다.

경찰이 압수한 접대부들의 메모에는 '1백m 거리도 안되는 슈퍼도 마음대로 못가는 여기는 군부대.감옥 같다' '며칠만 이런 식으로 계속 있다간 미쳐버릴 것 같다' 는 내용이 있어 이들이 李씨 부부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李씨 부부는 각각 지역 라이온스클럽 회장과 아들의 초등학교 자모회장 등을 맡아 지역 유지로 활동해 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李씨 등은 지난 6일 목욕탕에 가는 것처럼 속여 서울로 도망친 접대부 4명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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