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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도전한 주부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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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성부가 전업주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욕구조사에 따르면, 주부 10명 중 6명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 나이 제한으로 몇 번의 실패를 겪다가 구직을 포기한다. 현실의 벽을 넘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주부들이 대단해 보이는 이유다. 중앙일보 MY LIFE는 뉴욕라이프의 재정 설계사(FC)로 재취업에 성공한 서른두 살 동갑내기 주부 이영미(구로구 개봉동)·박인선(용산구 한강로)·이현숙(송파구 가락동)씨에게서 ‘새로운 도전기’에 대해 들어봤다.

낯선 일에 대한 두려움

이영미씨는 결혼 9개월차 새내기 주부다. 결혼 하면서 일을 그만뒀던 그는 최근 뉴욕라이프의 백만불원탁회의(MDRT) 프로젝트 3기로 입사했다. MDRT 프로젝트는 우수한 신입설계사를 발굴·육성하는 제도다. 그는 “신입 FC를 대상으로 맞춤교육이 이뤄지는 프로젝트여서 새로운 일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10년차 주부인 이현숙씨는 결혼 후에도 한동안 외국계 출판사 재무팀에서 일했다. 그러나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우연히 FC설명회에 참석했다가 해당 회사 관계자로부터 “성격이 활발한 데다 남들과의 소통능력이 뛰어나 FC에 제격”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부담과 FC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 때문이었다. 9개월의 고민 끝에 일을 시작한 그는 이제 어엿한 2년차 FC다.

5년차 FC인 박인선씨는 입사할 때 남편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변 사람들에게 FC로 일한다고 말했을 때도 벽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 벽은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면서 인간관계가 넓어진 것 같다”며 “지금은 주위에서 먼저 재정 상담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시간활용이 장점

세 사람은 FC를 선택한 이유로 시간활용이 자유롭다는 점을 꼽았다. FC는 개인 사업자이다 보니 스스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이현숙씨는 “아이의 유치원 행사나 집안 대소사에 늦지 않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는 것도 FC에 대한 오해라고 한다. “고객과의 상담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아이 얘기를 꺼내 자연스럽게 양해를 구하곤 해요. 그럴 때 오히려 저를 더 편하게 느끼더군요.”

자기계발이 가능한 것도 FC의 장점이다. 고객의 재정상담을 위해서는 경제 전반에 대한 재테크 지식이 풍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MDRT 프로젝트를 통해 입사한 이영미씨는 프로젝트 통과를 위해 1년 내 개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을, 2년 내 국제공인재무설계 자격증을 따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 전반에 걸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1년 안에 MDRT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며 “하지만 높은 수준의 급여가 보장되는 만큼 동기부여가 되고 프로젝트 멤버가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이 생긴다”고 전했다.

자신의 일로 만드려면 6개월~1년 준비 해야

일을 하다 보면 어려움을 만나기도 한다. 성심껏 고객을 대했는데 거절 당하거나 실적이 부진할 때도 있다. 중도에 포기하는 동료를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현숙씨는 “한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며 “고객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야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이상은 자기 일로 만들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씨는 2008년 상위 2% 정도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실적은 회사 전체에서 50등 안에 들었다. 그는 “성격이 꼭 활발해야 하는건 아니다”며 “몇 번 거절을 당한다고 일을 포기하지 말고 일의 가치를 돌이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지만 개인 사업자인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응원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됐다. 박씨는 “5살 된 딸에게 엄마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결혼한 후 한동안 친구들과도 소원했었어요.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고객을 챙겨주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도 더 잘하게 되더군요.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사이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이영미씨는 남편과 함께 FC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같은 일을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다 보니 남편과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제공=뉴욕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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