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김세원씨 시낭송CD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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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맛이 좋다" "똑 떨어진 작품이다" . 미술 작가들끼리 작품을 거론할 때 서로간에 툭툭 던지면서 느낌을 확인하는 말 들이다.

평론가들의 구구한 설명과 달리 핵심에 육박하는 이런 간명직절한 판단을 중진 MC 김세원(사진)의 시낭송 CD 『내가 만든 꽃다발』(신나라)에 적용하자면 이렇다.

"군말이 필요없는 '물건' 이다."

『내가 만든 꽃다발』은 10대 취향의 예전 시낭송 CD와 구별되는 고품위 오디오 시집이다.

수록시의 선정, 낭송자의 감정표현 그리고 레코딩의 완성도 면에서 어쨌거나 국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시인 조병화.김용택에서 강은교.황지우에 이르는 17명 작가들의 시를 레코딩한 『꽃다발』의 등장을 가장 반가와할 이는 시인들일 것이다.

예전 여성 탤런트들의 목소리에 실렸던 엉성한 레코딩에 '내 시 버렸다' 고 했을 느낌이 가실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오디오 시집의 수혜자는 눈 밝은 애호가들일 것이다.

'읽는 시' 와 또 다른 맛의 '읊조리는 시' '듣는 시' 의 분위기를 격조높게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활자 문화 속에서 잊혀져온 송창(誦唱)의 전통을 되살릴 수 있는 텍스트' 라는 판단은 그 때문이다.

"단풍 만 보다 왔습니다//당신은 없고요, 나는/석남사 뒤뜰/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어찌할 줄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저녘 무렵까지 나는/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 처럼/아무 말도 못한 채 얼굴만 붉히다/단풍만 사랑하다/돌아왔을 뿐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최갑수 '석남사 단풍' )

시어를 매만지는 약간의 역량 외에는 범용한 이 시를 오디오 CD로 들어보자. 단박에 빠져버리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쉬 연상이 안된다면, 이 시 낭송에 곁들여지는 존 필드의 달콤한 감상(感傷)이 묻어나는 낭만주의 피아노 배경 음악을 떠올려보라.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우선 레코딩. '국내 최고 수준' 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약간의 부풀려진 중음(中音)에 불필요한 에코 삽입이 심히 거슬린다.

저역도 풀어져 있다. 또 있다. 소문대로 김세원이 두번째 시 낭송 CD를 기획하고 있다면 약간의 감상적 취향을 시원하게 벗어나길 바란다.

음악 선정 역시 마찬가지다. 차가운 듯 우아한 목소리가 아직 싱싱할 때 진정한 '작품' 을 만들어달라는 기대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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