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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스포츠, 이제 시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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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언론의 금메달 중심의 취재와 방송 관행이 여전한 가운데 우리 국민이 보여준 성숙한 관전의식과 응원문화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놓칠 수 없는 성과다. 메달의 색깔은 경쟁의 결과를 판단하는 기준일 뿐, 성취의 가치와 경중(輕重)을 재는 척도가 아니다. 실제로 겨울올림픽 공식 사이트에서는 국가별 종합순위를 금메달 수가 아닌, 전체 메달 수를 기준으로 매기고 있다. 4전5기의 이규혁 선수, 썰매 종목의 개척자 강광배 감독, 14년째 국가대표인 스키점프의 최홍철 선수 등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도전을 계속해 온 선수들에게 우리 국민이 보낸 격려와 성원은 대한민국 겨울 스포츠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자양분이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놀라운 성과는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체이자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고된 훈련과 인내, 노력과 희생의 산물이다. 모든 찬사와 경의가 선수에게 최우선적으로 돌아가야 함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성과 뒤에는 선수들과 똑같이 호흡하고 생활하면서 동고동락해 온 뛰어난 지도자들의 희생과 노력,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술과 경기력 향상을 지원해 온 스포츠과학자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성과와 결실을 어떻게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인가가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에 거둔 성과가 단기에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구가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지원, 투자와 더불어 선수 저변 확대가 시급히 선결돼야 할 과제다. 특히 저변 확대와 우수한 선수 충원을 위해서는 체육의 기초자원인 학교체육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하겠다. 이번 올림픽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 측면에서도 소중한 자산을 남겼다. 무엇보다 국가적 관심사이자 현안인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와 연계시킬 수 있는 다각적인 전략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스포츠 분야에서 일궈낸 성과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올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옮아가야 된다. 정치와 사회 각 분야도 합심해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승철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교수·한국체육학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