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잡힌 ‘반칙왕’ 오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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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안톤 오노가 27일(한국시간) 남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실격 선언을 당한 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몸짓을 하고 있다. [밴쿠버 로이터=연합뉴스]

‘반칙왕’ 아폴로 안톤 오노(27·미국)가 드디어 꼬리를 잡혔다. 27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다.

오노는 2위로 골인했지만 실격 판정을 받았다. 4위로 마지막 코너를 돌 때 바로 앞에서 달리던 프랑수아 트램블리(캐나다)를 오른팔로 쳤다가 주심에게 들킨 것이다. TV의 느린 화면으로도 오노가 상대 선수를 밀어내는 장면이 또렷이 나온다. 그럼에도 오노는 “내가 왜 실격을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오노는 “경기 도중 내 손은 상대 선수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래서 완충 작용을 한다. 이번 경기에서도 트램블리가 내 곁으로 오기 전에 코너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팔을 들어올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오노는 또 “스케이팅 도중에 선수들 사이에는 공간이 없다. 속도도 빠르다. 나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도는 도중 자연스레 생긴 일이다. 심판은 내가 하지 않은 것을 본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는 “경기 때마다 다른 선수들을 교묘히 방해했으면서도 운 좋게 메달을 따곤 했다. 그러다 이번에 들통이 나자 발뺌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는 지난 14일 1500m 결승이 끝난 뒤 2위를 한 오노를 향해 “시상대에 설 자격이 없는 선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노는 그간 올림픽 등 주요 대회마다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의 실격을 이끌어내고 금메달을 가져갔다. 1000m에서 중국의 리자준과 몸싸움을 벌이다 안현수를 걸고 넘어진 것도 오노였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500m 결승에서는 부정 출발을 했는데도 심판이 문제 삼지 않는 바람에 실격당하지 않고 금메달을 땄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 1500m 결승에서도 성시백과 이호석이 충돌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또 다른 실격이 나오기를 바랐다”고 말해 한국 팬들의 공분을 샀다.

한편 500m 결승에서 성시백은 결승선을 약 20m 앞두고 코너를 돌다가 빙판에 스케이트 날이 박히는 바람에 넘어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쓰러진 채 빙판을 미끄러지며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오노의 실격으로 은메달을 땄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성시백·이호석·곽윤기·이정수가 이어 달린 한국이 캐나다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여자부 1000m에서는 박승희가 동메달을 따냈다.

 밴쿠버=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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